램프 밖으로 나온 지니: 컴퓨팅은 지금까지 대부분 디바이스 “안에” 존재해 왔다. 메인프레임, PC, 그리고 최근에는 모바일이라는, 플라스틱 케이스 안에 수많은 반도체와 집적회로들이 들어있는 “단말” 내지는 “기기”가 컴퓨팅 활용의 주된 node 였다. 그런데 이러한 컴퓨팅 디바이스들이 계속 작아지고, 기하급수적으로 그 수가 늘어나고, 네트워크로 모든 디바이스들이 연결이 되면서, 컴퓨팅이 세상의 일부가 아니라 세상이 컴퓨팅의 일부가 된 것이다.
마치 이런 것. 어느 도시에 차이나타운이 생겼다. 그런데 처음에는 자그마한 구역이던 하나이던 차이나타운이 급격히 팽창을 거듭해서, 나중에는 차이나타운이 도시의 일부인지, 도시가 차이나타운의 일부인지 모를 지경이 되었다. 누군가 자기가 살고있는 도시에 대해서 농담조로 했던 말. (그의 경우는 캐나다 토론토였음. 안가봐서 모르겠지만 상당히 큰 규모의 차이나타운이 있는 모양).
컴퓨터 박물관에 가면 볼수있는 튜링 머신, 에니악 등의 안에서 살던 컴퓨팅이란 녀석이, 네트워크와 모바일로 오면서 단말 밖으로 나왔고, 세상이 컴퓨팅의 일부가 된것. 이걸 생각하면 나는 “램프 밖으로 나온 지니”의 이미지가 떠오른다.
코끼리 이론: “장님 코끼리 만지기” 라는 표현, 즉 장님 여러명이 코끼리의 일부만 만지고, 코끼리는 이렇게 생겼다 라고 제각기 다른 이론을 펼치는 것처럼, “디바이스의 바깥으로 뛰쳐나와서 세상을 집어삼키고 있는” 컴퓨팅이라는 녀석이 하도 범위가 큰 나머지, 보는 관점의 측면에 따라서 다른 모습을 이야기할수 있지만, 실은 알고보면 하나의 같은 녀석일수 있다는 것.
인간의 주식이 음식이라면 컴퓨팅의 주식은 데이터이고, 따라서 빅 데이터가 중요해지고, 이를 분석하고 insight을 끄집어낼수 있는게 중요해지고 (AI, knowledge engine등), 또한 컴퓨팅이 디바이스에 국한되지 않고 세상에 만연한 (prevalent, pervasive computing) 개념이 되면서 IoT나 센서 네트워크도 필요해지고, 인간과의 인터페이스 (HCI) 도 “단말에 달린 모니터” 중심에서 벗어나서 chatbot이나 Alexa 같은 음성 인터페이스, 또는 VR/AR이 등장하게 되고, chatbot이 AI와 만나면 에이전트 테크놀로지라는 개념이 나오고, … 아무튼 그런 식이다.
그래서 요새 나오는 많은 개념들이 코끼리 (또는 “램프 밖으로 나온 지니”) 의 귀, 꼬리, 등을 이야기한다는, 각기 다르지만 결국 동일한 컨셉과 연결되어 있다는, 생각이 든다. 모바일은 이러한 시대를 열어제낀 중간 연결고리이자, 이러한 새로운 개념의 “만연된, 세상 밖으로 나온 컴퓨팅”의 하나의 instance 이기도 하다는 점에서, 모바일 시대의 끝이 아니라 어쩌면 모바일 시대의 시작일지도 모른다는 생각도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