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번 글에서 VR 얘기를 잠깐 했는데, 재미있게도 내가 인터넷 분야에 들어오고 나서 (비록 잠깐이지만) 처음 접했던게 VR 이라는 분야였음. 90년대말 닷컴 붐때 미국에서 들어와서 인터넷, 닷컴 등의 분야를 매우 흥미있게 보고 있었는데, 때마침 어떤 창업경진대회에서 수상한 대학생 팀을 만나게 된것. 그 팀이 개발하고자 했던 제품이 바로 VR 이었고, VR의 초기 원형으로 3차원 검색엔진을 개발했었다. 3차원 검색엔진이라는 건 말그대로 검색 결과를 xyz 3차원 그래프로 표현시켜 주는, 시대를 너무 앞서갔던 서비스.
이 회사에서 사업개발을 한 몇달 도와주면서 병특업체 지정을 기다리고 있다가, 다른 회사에서 병역특례 자리가 나서 그 회사로 옮기게 되었는데… 아무튼 그 몇달 동안의 기억이 아직도 난다. 아직도 기억나는게 우리가 우체국 건물의 한쪽편에 벤처지원센터 비슷한 사무실을 쓰고 있었는데, 어느 비오는 일요일날 밤에 미국과 콜을 잡아서 회사로 다시 들어가려고 했으나 우체국 건물이 닫아서 마치 도둑처럼 담을 타고 넘어가기도 했던 기억. 그때 같이 너무도 재미있게 일했던 사람들이 지금쯤 어떻게 지내고 있는지 궁금하기도 하다.
하지만 불행히도 그 회사는 그후 몇년동안 VR 관련된 용역업무 등을 하면서 명맥을 유지하다가 2000년대 초반 자본시장 (제3시장) 에서 주주 소송등의 호된 경험을 치르고 퇴출되었던 듯. 불행한 일이지만, 2000년대 초반에는 종종 볼수 있었던 사건. 시대를 너무 앞서가서 열심히 기술 개발만 해도 답 나오는게 아니라는 교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