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남비 (하늘에서 남자가 비처럼 내려와)” 라는 한 케이블 TV 프로그램을 보면, 차가 조금 딸리거나 벌이가 시원찮은 남자들은 대놓고 점수가 깎이고, 반대로 외제 스포츠카를 소유한 강남 성형외과 원장쯤 되면 곧바로 “훈남” 소리를 듣는다. 한국 남자들이 “남보원”을 보고 통쾌해 한다면, 한국 여자들은 “하남비”를 통해 대리만족을 느낀다.
실리콘밸리에 살아본 적도 없으면서 그쪽동네 이야기를 하는건 포크레인 앞에서 삽질하는 짓이지만, 그들이 모이는 모임이나 파티에 몇번 참석했던 경험에만 비춰서 얘기해 보면, 가장 무리로부터 인정받는 사람들은 단순히 돈이 많은 사람이 아니라 뭔가 흥미진진하고 사람들의 삶을 바꾸어 가고 있는 일을 하는 사람들이었던 것 같다. 굳이 영어로 하자면 “People who are doing things that matter“쯤 될까? 반면 아무리 과거에 잘나갔던 사람이라도 “저사람 요새 뭐해?” 라고 물었을 때 “글쎄 뭐 그냥 별로 그러고 있는 것 같아” 정도의 반응이 돌아오면, 대놓고 무시까지는 아니더라도 주위의 분위기가 좀 싸해지는 것 같다는 느낌을 받은적이 있다. 대체로 서로 무슨 차를 타는지에 대해서는 별로 관심들이 없는것 같고, 물론 여기에는 많은 사람들이 똑같은 차(토요타 프리우스)를 타고 다니는 점도 한몫 하는것 같다. 그래서인지 창의적이고 새롭고 멋진 일 하나를 일궈내기 위해 죽도록 노력들을 한다.
로마가 전 세계를 지배할 시절, 그들은 능력이 있는 사람을 지도자로 세웠고, 능력을 지도자의 판단 기준으로 삼는 소위 “Meritocracy“가 사회를 지배하는 분위기였다고 한다. 공교롭게도 로마가 가장 강성하던 시절이 바로 그 시절이라 한다. 실리콘밸리도 어차피 사람 사는 동네인지라 서로 무시하고 갈구는 일은 비일비재하겠지만, 그나마 그 기준이 아직까지는 단순히 돈이 아니라 얼마나 익사이팅한 일을 하고 있는지, 즉 Meritocracy쪽에 가까운 것 같다.
반면 우리나라는 너무도 전형적인 금권 지상주의, 즉 “Plutocracy”쪽에 가깝다. 부유층 자제들이 룸살롱에서 질펀하게 놀면서도 거기에서 오가는 고급 정보들로 인해 오히려 더 재산을 불려가는 동안, 가지지 못한 사람들은 아무리 열심히 일해도 집 장만을 위한 평균 저축 년수가 늘어만 간다. 우리 사회에서도 무언가 재미있는 것을 만들어 가는 똑똑한 사람들이 인정받는 분위기가 생겼으면 좋겠다. 그렇지 않으면 백날 외쳐봐야 top에 있는 학생들이 이공계에 갈 턱이 없다. 반면 외제 스포츠카를 모는 강남 성형외과 원장이 되기 위한 문은 완전히 미어 터질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