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그런 날이다. 분명 일을 하고는 있지만, 동시에 아무 일도 하지 못하고 있는 날.
우리 가정과 몇년동안 아주 가깝게 지내던 가정이 있었다. 남자는 나와 동갑, 아이들도 비슷한 나이또래. 타주로 이사간지 몇년이 되었고, 그간 가끔 페이스북으로 연락만 주고 받던 사이.
오늘 그가 갑자기 사망했다는 소식을 들었다. 자전거를 타러 나갔다가 돌아오지 않았고, 다음날 경찰이 집에 와서 소식을 알렸단다.
“남의 일 같지 않다”는 말, 예전에도 자주 했었던 말이지만, 오늘은 특히 그 말이 생생히 와닿는다. 남아있는 그의 아내와 아이들을 생각하게 된다. 그 생각은 이내 혹여나 내가 없어진다면 남아있게 될 우리 아이들 생각으로 이어진다. 나는 언제든 갈수 있지만, 우리 아이들이 아빠 없는 아이들로 자랄거라는 생각은, 마치 고압선을 건드리는 것처럼 그쪽으로 생각이 가는 것조차 견딜수 없게 만드는 생각이다. 경찰이 집에 왔었다는건 또 어떤가. 만일 내게 무슨 일이 닥쳤을때 우리 와이프 혼자 걱정하면서 집에 있을때, 경찰이 초인종을 누른다면. 우리 와이프는 자초지종을 듣기도 전에 얼마나 무너져 내릴 것인가..
사람이 이렇다. 무슨 일이든 자신에게 대입해서 생각하게 되나보다. 예전에 들었던 말중에, 어떤 사람이 — 심지어 가족이 — 떠났을때 흘리는 눈물의 8할은 자기 자신의 서러움 때문이라고 하던데.
오늘만큼은 내 서러움이나 나에게 빗댄 감정이 아니라, 온전히 떠난 사람과 그들의 가족들을 위해서 울어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