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후배가 몇명과 함께 새로 VC 펀드를 만들 계획이라고 했다.
뜬금없는 얘기지만, 그에게 이런 방법은 어떨까 제안해 보았다. 전통적인 VC 또하나 만드는 것은 별 의미없을 거고, 완전히 새롭게 게임을 한번 해보는건 어떻겠느냐는 제안과 함께.
- VC는 대부업이 아님. 따라서 리스크를 최소화하는게 아니라, 리턴을 극대화 하는 것이 주 목표.
- 그건 결국 평균 타자 10팀을 모으는게 중요한게 아니라 똘아이 한팀을 찾는 게임이라는 얘기. 이건 VC firm들도 인정하는것. 하나의 outsized return이 나머지 failure를 make up 하는 시스템
- 근데 여기서 말하는 똘아이라는건 단순히 행동이나 생각이 이상하다는게 아니라, 어떤 분야에 꽂혀있는 나머지 남들이 보지 못하는 특수한 문제를 보고, 그 문제를 풀수 있는 역량을 갖추었다는걸 의미
- 따라서 종종 “똘아이”와 “분야” 라는걸 따로 떼어서 생각하기 어려울 때가 있음.
- 그럼 어떤 분야의 똘아이를 발견하자는 건데, 그러기 위해서는 당신이 먼저 똘아이가 되어야 함. 그 분야의 중심부로 먼저 들어가기.
- 본인이 사업을 할거라고 생각하고, 그 분야의 모든 전문가들 만나고 모든 온라인/오프라인 트렌드를 파악. 미친사람마냥 배낭 하나 매고 전국을 돌아다니기
- 공부를 많이 하면 할수록 그분야에서 잘하고 있는 팀이 보일것. 또는 “이 문제는 반드시 풀어야 한다”고 나름의 답을 찾았는데, 알고보니 어떤 early 팀이 그걸 하고 있다든지.
- 그럼 그 팀에 연락해서 만나보고, 사람들 괜찮으면 펀딩.
- 그렇게 몇개 팀 발굴하면 그게 초기 포트폴리오가 되는것이고, 당신이 꽂혔던 분야가 소위 말하는 “investment thesis”가 되는것.
- 이게 가장 큰 return을 가져다 줄것인가? 그렇지 않을수도 있음. 좋은 딜에 묻어가는 것에 비해서 훨씬 리스크가 클 것이고 fund return의 측면에서 보면 안좋을수 있음. 그러나 한가지 확실한건 이런 방식이 가장 재미있을 것이라는 점. 본인의 철학과 분야를 가지고 하는것과 그렇지 않은 것 사이의 재미 차이는 매우 클것.
어중이 떠중이들이 찾아오는 VC가 아니라, 내가 원하고 “꽂힌” 분야에만 투자하는 VC. 즉 반응형 (reactive) VC가 아니라 능동형 (proactive) VC. “당신한테 어떻게 연락하면 되나요?” 물어보면, 마치 007 영화에 나오듯 “You don’t, I do” 라고 멋있게 얘기하는.. 🙂
그러나… 현실은 이상과 같지 않고, VC들도 하다보면 분기별 실적 압박등 각종 위로부터의 쪼임을 받고, 결국 회사원 모드로 진입할 가능성이 농후. 대충 “가는 분야”가 뭔지 파악해서 그 분야의 딜 좋은것들 찾아서 딴데랑 엮어서 들어가는 것만 해도 무지하게 바쁠것 (LP 사이드에서 레이징 하는것이나 기존 회사들 온갖 이슈들 같이 고민하고 처리하기 등등..)
따라서 처음에 VC 업계로 진입할 때가 아직 corporate의 때가 묻지 않은 스윗스팟. 그래서 재미있는건, 어떤 VC들 보면 (Chris Sacca, Steve Anderson등) VC 초기시절 투자했던 업체들이 가장 최고의 포트폴리오였던 케이스들도 종종 보임.
암튼. 후배와 얘기한 뒤 쓸데없는 생각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