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트롱 벤처스의 저녁 모임에 나갔는데, lunar new year (구정) 을 맞아서 2014년에 감사했던 일을 하나씩 말해보자는 얘기가 나왔다. 나는 생각끝에 농담반 진담반으로 페이스북 앱을 폰에서 지운게 감사한 일중 하나라고 얘기했다. 좌중 살짝 웃음. 그리고 난 곧바로 덧붙이길, 실은 내가 농담조로 말한 데는 더 깊은 의미가 있다는걸 알아달라고…
사실 페이스북이 “자랑하는 공간”이라는 부분이 큰데, 솔직히 2014년동안 자랑할게 별로 없었다. 펀딩 클로징하고나서 팀하고 엉덩이 딱 붙이고 앉아서 열심히 제품 만들고 일하는 벤처인에게 뭘 그리 자랑할게 많겠나. 하지만 생각해보니 그게 너무 감사했다. 딴생각 별로 안하고 “maker mode”로 돌아가서 열심히 팀하고 진짜 “일” 한것, 너무 감사한거 아닌가? 자랑할게 별로 없었고, 그래서 페이스북에 쓸게 별로 없었던 그게, 오히려 감사했다.
그리고 인생 처음으로, 내가 “방 안에서 가장 잘난 사람이어야 한다”는 강박에서 벗어난것 같다. 나도 나이를 먹나보다. 전에는 사람들이 많이 모여있으면 거기서 어떻게 하면 가장 쿨하고 잘나고 돋보이는 인간일수 있을까를 고민했다면, 이제는 그런 강박에서 어느정도는 벗어난 듯하다. 이제 조금은 — 아직도 멀었지만 — 사람들의 이야기를, 눈을 맞추고 들어줄 줄 안다. 내가 방 안에서 가장 잘난 사람이지도 당연히 않을 뿐더러, 그럴 필요도 없다는 생각을 한다. 잘난 사람들 많이 만나봤는데, 그렇게 잘난 사람들도 다 알고보면 뒤에서 하는 고민들 많고, 행여 그렇지 않더라도 어느날 자기가 그렇게 아등바등 이루어 놓은것들 다 놓고 홀연 떠나더라. 인간은 암만 이야기 해봤자 자기가 겪지 않으면 절대 알수 없는 무지한 존재인데, 주변 사람들이 실제로 한둘 떠나봐야 그제서야 이런걸 깨닫는것 같고, 이 나이가 되보니 주변에 내가 “1촌”으로 알던 사람들중에 황망히 떠나는 사람들도 하나둘씩 생긴다.
완전 심한 비약일수 있지만, 이런것들이 (나이 먹음 => 조금더 철듬 => 내가 가장 잘나야 한다는 강박에서 벗어남) 페이스북을 안하게 된것과 무관하지 않다. 엄밀히 말하면 페이스북을 완전 안하진 않고.. 가끔 들어가서 주로 사람들의 좋은 일에 같이 공감해 주고 나온다.
아무튼.. 이 글을 혹시 읽는 분이 계시다면. 2014년, 감사한 일은 무엇이었는가? 생각해 보시길 바란다 ^^ 그리고, 페이스북으로부터의 자유를 경험하기 바란다. 나는 페이스북 안티가 아니고 그럴 이유도 전혀 없다. 여기서 말하는 자유라는건 엄밀히 말하면 페이스북이라는 앱으로부터의 자유가 아니고, 늘 자신에 대해서 자랑해야 하고 늘 당신이 여러사람 모인 곳에서 가장 잘난 사람이어야 하는.. 그 강박으로부터의 자유를 말하는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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