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도 안되게 비싼 교육비. 한국으로 치면 어린이집에 해당하는 프리스쿨의 경우 보통 한달에 1,200불에서 1,500불 정도 수업료가 든다. 그나마 이정도는 양호한 곳이고 비싼곳은 한달에 2,000불 가까이 들기도 한다. 보통 아이 한명당 한달에 100-200만원씩 든다는 얘기. 우리나라의 시설 좋으면서도 국가 지원금까지 나오는 어린이집을 생각하면 큰 오산이다. 맞벌이 대신 아이를 집에서 보는게 더 싸게 먹힌다는 이야기가 농담이 아니라 진지하게 오가게 마련. 그럼에도 불구하고 시설이 부족해서인지 프리스쿨마다 자리가 없어서 난리고, 보통 waiting list에 걸어놓으면 짧으면 몇달, 길면 1년 가까이 기다려야 가까스로 자리가 난다. 그에 반해 교육의 질이 특별히 좋으냐 하면 그렇지도 않고, 한국의 어린이집 프로그램이 더 짜임새있고 알차다. 프리스쿨 이후에 정규 공교육이 시작되어도 교육비 부담이 전혀 없어지진 않는게, 보통 낮 12시에서 2시 사이에 학교가 끝나기 때문에 아이들을 거의 대부분 방과후 코스에 보내곤 하는데, 그것 역시 한달에 1000불 정도가 들기 때문. 게다가 각종 도네이션 등도 “보통 남들 하는대로”는 하다보면 특히 맞벌이 등의 이유로 방과후 코스를 선택해야 하는 가정의 경우 공립 초등학교에 보내도 교육비가 상당히 많이 드는 편이다.
아시안계 학생들의 경쟁. 보통 한국 부모들이 가고자 하는 곳은 학군이 좋은 곳이다. 근데 학군에 대해서 리서치를 해본 결과 내가 내린 결론은, 보통 학군 좋다고 하는 곳과 전체 학생대비 아시안계 학생들의 비중의 연관계수를 뽑아보면 거의 1.0에 가깝다는 것. 즉 많은 경우 학군 좋다고 하는 곳은 아시안계 학생 비중 높다는 말과 거의 비슷하다는 것이다. 한인들이 많이 거주하는 쿠퍼티노 지역의 경우 가장 평균점수가 높은 모 학교의 경우 아시안계 비중이 97%에 달한다. 그러다보니 아시안계 학생들 간의 학업 경쟁이 때로는 한국을 연상케 할정도로 높다 (일부 고등학교에서는 학업 성적을 비관해서 자살하는 학생도 최근 몇년간 나왔을 정도.) 중국 인도 부모들의 극성스러움은 때로는 한국부모들 저리가라 수준이다. 심한경우 줄서서 타는 놀이기구 문이 열리면 그중에 좋은 칸에 타려고 자기 아이를 데리고 저 뒤에서부터 사람들 밀치고 뛰어오는 아줌마가 있을 정도 (실제 내가 당한 사례임). 그리고 유치원 아이들이 수업 끝나고 가는 중국인 방과후 교실에서는 오후 심화과정(?) 을 통해서 중국어로 유치원 진도를 미리 다 빼준다는, 웃지 못할 이야기도 있다. 소위 학군 좋다고 하는데 사는 아이들 중에는 이런 경쟁에 치이고 집에서는 무조건 상위권 성적을 기대하는 부모의 기대 사이에서 제대로 기 못펴고 있는 아이들이 더러 있다.
운동 및 기타 부문에서의 경쟁. 한국 학교에서는 학업으로 모든 학생들이 천편일률적으로 경쟁하는게 문제지만, 그렇다고 미국 학교에서 경쟁이 없는건 절대로 아니다. 오히려 학업 외의 다양한 방면에서 경쟁을 하기 때문에 부모 입장에서는 이것저것 다 가르쳐야 하니 훨씬 더 피곤하다. 미국에서 명문대에 들어가려면 바이올린 콩쿨에서 입상하고 운동도 올림픽 출전 선수들 수준으로 해야 한다는 말이 있다. 그래서 유치원때부터도 학교 프로그램이 끝나면 여기저기로 실어나르기 바쁜데, 한국처럼 학원에서 알아서 차를 보내서 라이드를 해주는 경우는 드물고 대부분 엄마들이 아이들을 직접 실어날라야 하고, 따라서 아이를 여럿 둔 어떤 엄마는 하루에 아이들 라이드때문에 여섯~일곱시간씩 매일매일 차에서 보내기도 한다.
아이들간의 집안 편차. 우리나라도 마찬가지겠지만, 아이들끼리 알게모르게 집안 비교를 하면서 아이들뿐 아니라 부모에게도 스트레스를 주는것은 여기도 똑같다. 우리나라는 그나마 사람들 살아가는 모습이 고만고만하고 중산층 생활수준이 그나마 엇비슷한 편이지만 이곳 베이지역은 천차만별이라서, 어떤 집은 진짜로 아이들 생일파티를 요트에서 하기도 한다. 우리 아이가 그런 생일잔치에 초대되면 그다음에 우리 아이 생일잔치를 해주기가 상당히 부담스러워진다. 부모 입장에서는 알게 모르게 이런걸로 무지하게 정신적 스트레스를 받을수 있다.
인종차별과 괴롭힘. 실리콘밸리 지역이야 워낙 아시안계가 많으니 인종차별은 덜한 편. 하지만 가끔 아이들끼리 서로 다른 인종간에 갈등이 있기도 하고, 이런 불리(bully) 사례들은 종종 아이들에게 평생 기억에 남는 상처를 주기도 한다. 어떤 아이의 경우 다른 여자아이가 옷갈아입는 모습을 우연히 보게 되었는데 마치 일부러 쳐다봤다는 것처럼 오해를 사서, 이제 겨우 2학년인데도 상급생 아이들에게 거의 성고문(?)에 가까운 트라우마를 겪고 결국 다른 학교로 옮기기도 했다. 찾아보면 미국 학교에서도 이런 학교폭력 사례는 꽤 많이 있어서 부모들을 불안하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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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론은.. 어디든 간에 환경보다는 부모가 얼마나 똑바로된 가치관을 가지고 아이들을 가르치느냐가 제일 중요하다는 뻔한 이야기. 다른건 모르겠고, 하나 확실히 말할수 있는건 미국의 교육환경이 한국에 비해서 조금 덜 살벌한 수는 있을지언정 여기라고 해서 사교육과 경쟁이 없는건 절대로 아니라는 점이다.
글쎄요..글만 읽어서는 한국사람들 중국사람들이 분위기 다 망쳐놓았다는 생각이네요.
한국(서울이라고 해야겠죠)과 미국의 자녀교육의 가장 큰 차이는, 그렇게 미친듯이 끌고다니면서 시키지 않아도 웬만큼 해서 먹고 산다는 겁니다. 이민생활 고생했던 이민 초기 1세대들이나, 고생해서 영주권 시민권 따고 들어온 최근의 이민 1세대들 모두 자녀만큼은 쉽게 박사 변호사 시키고 싶으니까 한명도 빠짐 없이 어릴때부터 돈 퍼부어서 이거저거 다 시키는 거겠죠? 애 놀이기구 태워주려고 들고 달리던 그 중국인 부모의 모습이 아시아계로 가득찬 교실의 모습을 함축해서 보여 주는 건 아닐까요?
@dazling,
무슨 분위기르 말씀하시는지, 1세대가 "쉽게 박사 변호사" 라는 말씀도 잘 모르겠습니다.
저는 초등 저학년, 유치원 아이들을 둔, 미국 생활 25년째인 40살 아저씨입니다. 저는 중학교 마치고 미국에 왔습니다.
공부 시키는 분위기는 동네마다 틀린듯해요. 좋은 동네일수록, 부모가 교육이 높을수록 애들도 많이 시키고, 넉넉하고 조용한 중산층이 사는 suburban은 그렇게 심하게 안하기도하고요.
요즘 세대는 "기본"으로 할줄 아는게 있어야 친구들도 사귈수 있어요. 축구룰도 다 알아야 축구팀에서 친구들도 사귀고, 음악, 수영할줄 알아야 또 같이 놀고, 공부는… 아이들의 미래가 아진 지금 현제만 봐도 아이비 나와도 쉽지 않더군요, 직장잡기가.
미국도 경쟁이 점점 심화되고, 그 경쟁이나 공부하는, 해야하는 모습이 한국을 닮아가는듯해서 좀 걱정도 됩니다. 저때만 해도 그렇게 심하지 않았던듯합니다.
부모가 아이들에게 올인 하는 모습은 동양문화권의 공통된 모습입니다. 사는 지역이 어디던간에요. 인도, 중국도 엄청나죠. 미국인들은, 여유가 있으면 하지만, 동양인권처럼 본인들의 미래(retirement)를 생가안하면서 까지 올인하는것 같진 않습니다.
이 블로그 포스팅에 쓰여 있는것은 미국 어디던 시골만 아니라면 다 비슷한 모습이라 생각드네요. 미국애들 집들도 마찬가지로 많이 시킵니다. "soccer mom"이라는 말도 있죠. 애들 엄마 할것없이 엄청나게 바쁩니다. 이 모습은 아마도 한국보다 일찍 시작되었던것으로 기억해요. 다른점은, 한국은 공부/학원위주이죠.
박사/의사/변호사를 시키려는것은 이민1세대건, 3세대건, 한국이건, 어느나라 출신, 어느 지역/나라던지 안정되고 존경받는 직업이라 그렇습니다. 안그러면 힘들게 사니까요.
왜 자꾸 제 눈에는 이 글에서 애들을 강남 학군 고등학교에 보내고자 (돈이 좀 있는 집임에도 불구하고) 파출부에, 알바까지 뛴다는 충격 르뽀, 옐로우 저널리즘에서 사용되는 논리가 보이는지 모르겠어요.
만약 한국에 계셨다면 그냥 흔하고 흔해서 주목받지도 못할 '자사고 보내기 위해 노력하는 아줌마, 아저씨 스토리'가 외국에 가니 '실리콘밸리에서 아이 키우기'라는 그럴 듯한 제목으로 둔갑하는 것 같기도 하고요.
아랫분 말씀처럼 속편하게 동양인들은 어디가나 똑같애… 라고 해버리고 싶기도 한데, 저는 그렇게 인종차별적인 발언을 떠올리기는 싫고요.
그냥 여러모로 씁쓸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