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은 늘 걱정하는 것이 스마트폰 시장도 PC 시장처럼 표준화된 OS와 플랫폼 회사들 (즉 구글과 애플) 이 주도권을 가져가면서 단말 회사들은 단순 하드웨어 조립 업체로 전락하고 중국 업체들에 의한 가격 경쟁에 휘말리는 시나리오다. 그래서 늘 소프트웨어와 서비스와 컨텐츠, 그리고 그것을 통한 단말 차별화 등등을 강조하지만 아직까지 그런 분야에서 세계적으로 인정받을 수 있는 삼성만의 작품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근데 소프트웨어나 컨텐츠가 점차 단말 중심이 아닌 각종 디바이스에서 접속할 수 있는 클라우드 중심으로 되면서, 삼성이 압도적으로 가진 비교우위 — 컨슈머 전자제품 거의 모든 분야에서 1위를 하고 있는 지구상 유일한 회사라는 점 — 이 엄청난 기회요소가 될수 있다고 본다.
이런 면에서 크롬캐스트 같은게 바로 삼성이 만들어서 발표했어야 하는 거라고 생각한다. 설령 그것 자체로써 시장의 판도를 바꿀 제품이 아니더라도, 이런 재미난 발표들을 하고 전세계 언론의 주목을 받으면서, 크로스 디바이스 컨텐츠 분야에서 가장 앞서간다는 이니셔티브를 가져가야 한다는 것. 이래야 개발자들이나 스타트업들이 삼성이라는 동네에 자꾸 기웃거리면서 모여들고, 그런 과정에서 인하우스에서만은 생각할수 없었던 재미있는 아이디어들을 흡수해 나갈수 있기 때문이다.
삼성이 디바이스 외의 것들에 진정으로 관심을 가진다면 가장 중점을 둬야 하는 분야는 플랫폼과 개발자 네트워크다. 컨텐츠 컨텐츠 하는데, 삼성이 컨텐츠를 직접 한다는 건 말도 안되는 거고, 오히려 그렇게 컨텐츠를 가진 쪽에서 “이쪽 생태계도 좋은 점이 있구나” 라고 느끼고 모여들 수 있도록 판을 만들어야 하는데, 그게 바로 플랫폼이고 개발자 생태계라는 것. 그런 면에서 타이젠은 장기적으로 엄청나게 중요한 전략 포인트고, 구글에 주도권을 빼앗기는게 싫어서 하나 억지로 두고있는 수비적 한수가 아니라 오히려 특정 분야에서는 안드로이드나 iOS보다 훨씬 뛰어난 장을 만들수 있도록 매우 공격적으로 나가야 한다고 본다. 한국에서 SKT가 블랙베리를 아무리 싸게 팔아도 카카오톡 안된다는 사실때문에 아무도 안샀던 것처럼, 사용자들은 특정 앱 하나로 특정 플랫폼을 선택할 수도 있는 거고, 따라서 이러한 시나리오, 즉 “이 앱때문에 많은 사람들이 타이젠 폰을 산다”는 시나리오를 엔드픽쳐로 두고 그게 가능할 때까지 계속 플랫폼과 개발자 생태계에 공을 들여야 한다고 본다.
(사실 현재의 타이젠은 뭐가 나은지 전혀 모르겠음. HTML5를 최대한 수용해서 기존 웹 앱의 포터빌리티가 높다는걸 내세우는데.. HTML5를 기존 플랫폼이 지원 안하는 것도 아니고, 페이스북조차 퍼포먼스 이슈로 HTML5 앱에서 전용앱으로 대전환했는데 그러한 퍼포먼스 이슈에 대한 해답은 별로 없는듯..)
내가 삼성에 다닐 때만해도 노키아는 넘볼수 없는 아성이었는데 불과 몇년 사이에 헛발질 몇번 하더니 휘청하고 있는데, 이 얘기는 결국 애플이나 삼성같은 회사도 딱 몇번만 연달아 전략적 악수를 두면 충분히 그렇게 될수도 있다는 얘기. 그래서 지금 디바이스를 엄청나게 많이 판다고 해서 이게 다라고 생각하면 위험. 모바일 모바일 하지만, 사실 모바일이라고 말하면 핸드폰 정도로 개념이 국한될 수 있는데, 이보다 적합한 말은 클라우드와 연결된 “커넥티드 스마트 디바이스”다. 지금은 핸드폰이 대부분이고 거기에 태블릿 정도가 들어가지만, 앞으로 몇년안에 자동차부터 보도블럭까지 기존의 덤 오브젝트들이 다 스마트 오브젝트로 바뀔 것이고, 그중에 하나만 잘 잡아도 스퀘어 급의 회사들이 나올수 있다. 이런 큰 트렌드는 몇년전만 해도 “모든 디바이스를 다 만든다”고 놀림을 받았던 삼성에 역사상 가장 큰 기회를 제공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크롬캐스트 얘기로 다시 마무리를 하자면, 가장 중요한 것중의 하나가 실패를 어느정도 용인하고 그걸 자산으로 계속 키워나가는 조직문화라고 본다. 사실 크롬캐스트도 아직 완벽한 것도 아니고, 그전에는 넥서스 Q라는 실패가 있었던 건데, 삼성같았으면 아마 벌써 임원 몇명 잘리고 했을지도 모르는 일이지만 구글에서는 초기 제품이 어설프더라도 계속 똑같은 사람들이 실패사례를 자산화하면서 프로젝트를 계속 발전시켜 나간다. 구글플러스 역시 그전의 구글 버즈, Wave 등의 실패가 자산이 되었던 셈. 근데 삼성은 아직도 한번만 실수하면 좌천되는 문화가 있어서 그런지, 특히 임원 레벨에서 실패는 애시당초 옵션이 아닌, 매우 절박한 기업문화를 가지고 있는 듯하다. 사실 그런 문화때문에 지금까지 경쟁자를 다 물리치면서 승승장구 해왔던게 사실이지만, 단말 댓수가 아닌 플랫폼이나 소프트웨어 쪽은 초기 제품에서 실패도 해보고 전세계 언론에서 쪽팔림도 당해보고 하더라도, 계속 동일한 팀에서 실패의 자산을 쌓아 나가야 결국 어느순간 재미있는게 나올수 있을것 같다.
공감합니다. 재밌게 읽고 갑니다.
구글 크롬캐스트가 마치 벌써 성공한 것처럼 이야기를 하시네요. 구글TV도 개판치고 구글 크롬캐스트도 얼마나 깔릴지 예상조차 아직 안 되는 상황인데…
당연히 아니고 위에서도 그렇게 썼지요. 핵심은 장담이 안되고 설령 실패를 하더라도 계속 해야 한다는 거구요.
감사합니다.
현재 삼성에 근무하고 있는지라 충분히 공감합니다:) 좋은글 감사합니다.
크롬캐스트가 나올수있었던 건 크롬 브라우져라는 플랫폼을 확보했었기 때문에 가능한 시나리오였다는 개인적 소견입니다^^
어느리포트에따르면 타이젠이 나와도 점유율3%미만예상하던데.. Game changer가 될만한 플랫폼이나 앱.. 많이 고민중이지만 쉽지는 않네요^^
삼성과 구글을 경험하신분이 느끼는 기업문화 차이를 잘 설명하신듯합니다.하드웨어는 압박하면 개선되고 발전하지만 눈에 안보이는 소프트는 그렇지 않은데 이제는 보이지 않는 부분에서 승부가 갈리는 상황이니..
사내정치로 인해 파생된 "실패가 용납되지 않는" 문화가 가장 큰 원인이겠죠.
임원들의 결제가 떨어져야 일이 진행되는데, 실패가 두려워 싸인 안하는 임원들이 있는 이상 실무진이 움직일 수가 없죠.
써주신 이야기에서 많은 공감을 얻고 갑니다.
특히 하단에 결론부에 써주신 '가장 중요한 것중의 하나가 실패를 어느정도 용인하고 그걸 자산으로 계속 키워나가는 조직문화라고 본다.' 라는 대목에서 절실함을 통한 실패에 대한 기회 창출이라는 또 하나의 과제를 안고 가네요. 모든 결과물에 대한 폭넓은 통찰과 경험 요인, 관점 포인트가 중요함을 모바일/IT 부분에서는 정말 필요하다는 것을 느끼고 갑니다. =)
좋은 글, 고맙습니다.
구글은 안드로이드 플랫폼을 오픈해 개발자들의 새로운 시도와 관심을 유도하고 점점 '커넥티드 스마트 디바이스'의 operating system으로 발전 시켜 나가고 있다는 Quartz 기사와도 대비가 되는 내용인 것 같습니다. http://goo.gl/qDlTmv 지금은 삼성이 컨슈머 디바이스 세계 시장을 잡고 있어 유리한 위치에 있지만 디바이스들을 연결 시킬 기회는 생각보다 빨리 지나가 버릴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말씀하신 기업 문화 부분이 정말 아쉽고 절실한데 그런 부분이야 말로 단기간에 바꿀수 없는 거라 더 걱정입니다. 최근 구글이 디바이스 쪽으로 진입하는 속도와 비교가 되 더욱 걱정스럽네요… 아! 늘 좋은 생각 거리를 주는 글들 잘 읽고 있습니다^^
구글은 안드로이드를 오픈해서 개발자들의 관심과 새로운 시도를 이끌어 냈고 이를 바탕으로 '커넥티드 스마트 디바이스.IoT'의 operating system을 발전 시켜 나가고 있다는 Quartz기사(http://goo.gl/qDlTmv)와 대비하며 재미있게 읽었습니다. 현재는 삼성이 세계 1위 컨슈머 디바이스들로 유리한 위치를 잡고 있지만 이들을 스마트하게 연결 시킬 기회는 생각보다 빠르게 스쳐 지나가 버릴 수도 있다는 말씀에도 공감 합니다.
최근 구글이 디바이스 쪽에서 혁신 하는 속도를 봤을 때 더더욱 위기감을 느낄 수 밖에 없는 것 같고요. 애플을 따라 잡는데는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속도를 보여줬던 삼성이 혁신에도 속도를 내길 바라고 기대해 봅니다. 그러려면 실패를 용인하고 자산으로 키워 나가는 조직문화가 정말 절실한 듯 보입니다.
진심으로 동감입니다. ^^
동의합니다. ^^
공감백배..!! 관련 분야 일을 해오면서 참 많이 생각했었던 내용입니다만 잘 정리해 주셨군요. 잘 읽었습니다.
하드웨어는 완벽하게 내놓는게 맞겠죠 근데 소프트웨어는 말씀하신 대로 실패도 하고 그런 자산 위에서 계속 발전하는것 같아요.
정확히 맞습니다
아마 하드웨어 분야에서 삼성이 가진 강점은 상당기간 유지되긴 할것 같아요. (중국업체들이 변수지만)
급속도로 치고 올라오는 중국 업체들 때문에라도 삼성은 서둘러 '커넥티드 스마트 디바이스' 분야를 선점 해나가야 겠네요~ 여러가지 좋은 생각거리를 주셔서 고맙습니다^^
구글 TV나 애플 TV를 지금 개판이라고 평가하는 것은 윈도우 3.11 이전의 상황에서 윈도우는 개판치고 있다고 말하는 것이나 별 다름없어 보입니다. 구글이든 애플이든 제 갈길을 가고 있는 거고 단기적으로 성과를 말할 상황은 아니라 봅니다. 크롬캐스트는 작은 목표를 가지고 그 목표에 대해 성공적으로 진입한 상황이고요. 이 글에 대해 3명이나 +를 했다는게 믿을 수가 없네요.
크롬캐스트는 크롬 브랜드를 가지고 있지만 사실 크롬과는 큰 상관이 없어 보입니다. 지금은 안드로이드폰 앞으로는 아이폰을 가지고 컨트롤 할 테니깐요.
크롬과 상관이없나요? PC 환경에서는 크롬브라우져를 통해 스트리밍 되는것으로알고있습니다만 (아니라면 한수부탁해요^^)
아이폰등의 모바일쪽은 어플안에 기능을 추가구현해야되는 반면 브라우져를 통해 보는 페이지나 영상들은 아무수정없이 tv 로 보여질수있다는 것에서 파급력이 크지않을까했는데.. 크롬이 가진 웹기반 앱스토어도 있으니 가능성도 크고 애플과는 또다른 차이점이라고 봤습니다:)
일단 안써보고 야그하기 뭐하지만 저 틀린거있으면 말씀해주세요~^^
크롬과 상관이없나요? PC 환경에서는 크롬브라우져를 통해 스트리밍 되는것으로알고있습니다만 (아니라면 한수부탁해요^^)
아이폰등의 모바일쪽은 어플안에 기능을 추가구현해야되는 반면 브라우져를 통해 보는 페이지나 영상들은 아무수정없이 tv 로 보여질수있다는 것에서 파급력이 크지않을까했는데.. 크롬이 가진 웹기반 앱스토어도 있으니 가능성도 크고 애플과는 또다른 차이점이라고 봤습니다:)
일단 안써보고 야그하기 뭐하지만 저 틀린거있으면 말씀해주세요~^^
설마 사람들이 노트북 들고 TV 앞에 모이겠습니까? 제 생각엔 대부분의 사람들은 스마트폰으로 유튜브나 넷플릭스를 볼 것 같습니다. 유튜브는 구글의 컨텐츠지만 넷플릭스는 구글의 것이 아니고요. 삼성전자도 의지만 있었다면 비슷한 제품을 만드는데는 큰 문제가 없지 않았을까 싶습니다.
삼성도 올쉐어캐스트라는 미라캐스트 동글을 이미 크롬캐스트 출시 전부터 판매하고 있습니다. 10만원 가까운 가격이 문제죠. 이 제품이 완벽한 성공을 가져다 줄 것으로 생각은 안합니다만, 무엇보다 크롬캐스트의 장점은 $35이라는 매력적인 가격이죠. 삼성도 계속 제품을 발전시켜 나가겠죠?
할려면 할수 있었을까요? 할려는 생각은 한적이나 있을까요? 삼성과의 연관성은 전혀 없는 다른세상 물건같은데요.
아래 댓글 다신분에 따르면 이미 나와있다고 하네요 🙂
갤럭시 전용 그 물건 말씀하시는거죠? 전혀요. 크롬캐스트의 센세이션은 운영체제 상관없이 전달되는 개방성과 usb메모리만한 크기에 있어요. 크롬캐스트? 미러링같은거야 수두룩하죠 이미.
매우 공감합니다. 좋은 의견 감사합니다.
좋은글 잘봤습니다 해박한 지식과 안목에 감탄하네요
전부 맞는말씀이지만 글읽는중에 한가지 아셔야할게 있습니다
발제자님을 포함해 전세계사람들이 최면당하고있는 얘기죠
구글과 애플등 미국기업은 실패를 용인하고 자산으로 키워 혁신을이루고,
삼성은 벌써 임원 짤린다는 대목인데요
정확히 얘기하자면 미국은 실패해도 책임을 지지않는다는게 정확한겁니다
즉, 세계 기축통화인 달러패권을 쥐고있기때문에 사업에 실패해도
달러찍어서 해외로 수출하면서 실패리스크를 전세계로 분담시켜버립니다
따라서 미국의 국가채무도 정비례해 천문학적으로 증가하죠
미국이 혁신의 나라인건 맞지만 이는 실패해도 책임(!)지지 않는
문화가 만연하고 그럴만한 여건이 뒷받침되기 때문인거지
특별히 미국만의 문화특성때문인게 아닙니다
반대로 생각해보세요 삼성이나 동양기업이라고 사업리스크를 질정도로
믿고맡긴 사람이 한두번 실패했다고 왜 내치고싶겠어요?
서로간의 인정은 한국사람이 미국사람보다 더깊은데요
간단합니다. 그럴만한 여건도 여유도 없기때문이죠
말씀하신 노키아는 미국기업(달러패권)이 아니기때문에
헛발질 몇번하면 자빠지지만 미국기업도 그럴까요?
아니요. 그 리스크를 전세계로 분담시키고선 또다시 혁신을 만들어냅니다
결론은 미국의 혁신문화는 전세계인의 희생을 밑바탕에 깔고있는거죠
그게 꼭 미국이 잘해서가 아닙니다
훌륭하신분께 태클거는건 아니고요 많은분들이 잘 몰라서 참 안타까워요
약간만 사족을 더하면 미국이 실패의 비용을 다른나라로 전가시킬수있는
달러가 가진 패권은 사실은 동아시아의 맹목적인 사고가 크게작용합니다
한,중,일은 공통적으로 개미처럼 일해서 해외로 수출하여 경제를 발전시켰죠
그렇게 열심히 수출하는게 세상에서 최고의 가치있는 일로 여기면서
3국이 쌓아놓은 미국채 보유량은 천문학적이죠
하지만 이세상에 영원한것은 없다고 이게 언제까지 지속될수있을까요?
아시아 나라들이 마약중독처럼 달러를 일방적으로 짝사랑하는한
미국은 계속 달러찍어내서 헛발질을 해도 혁신을 이룰수있는 구조예요
분할의 오류라고 들어보셨는지요. 미국이 부자 국가라고 해서 미국인 개개인이 부자라고 단정 짓는 것과 같은 식입니다. 달러 패권 덕분에 미국이 헛발질해도 흔들리지 않는다고 해서 그 집단 속의 개인이나 개별적인 기업의 헛발질도 쉽게 용인된다라는 결론이 바로 도출되지는 않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