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임라인을 보면 정말 정확한 정치적 분석들이 너무 많다. 우리 국민들은 황우석 사태때에는 전국민이 줄기세포 연구자가 되고, 월드컵때는 전국민이 축구 전략 분석가가 되고, 선거철에는 전국민이 정치 분석가가 된다. 물론 그 과정에서 좋은 글이 너무 많고, 종종 그 비평의 정확도와 수준이 결코 낮지 않은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나처럼 한발짝 떨어져서 관찰하는 사람에게는 전체적인 현상 자체가 좀 생경해 보일때가 있다. 마치 국민 모두가 정치라는 게임에서 먼데이 모닝 쿼터백이 된 듯한 느낌이랄까?
물론 우리 사회의 근간을 이루고 있는 시스템에 대해서 관심을 끄고 자기 앞가림만 하려는것은 마치 스스로 매트릭스 속의 무지몽매한 좀비로 살자는 일일수도 있어서 경계해야 한다. 만일 우리 가운데 깨어있고 사회 시스템을 바로잡으려는 사람들이 없었다면 우리는 여전히 일제시대나 독재시대를 살고 있을지도 모르고, 그래서 늘 깨어 있고 고민을 해야 하는 것도 맞다. 하지만 요 몇달동안 정치가 마치 모든 국민들에게 매일밤 열리는 한일전 같은게 된건 아닌가 느껴질 때도 있다.
그리고 그러한 관전평이 때로는 너무 극단적이다. 우리나라는 이제 망했다, 일제 치하로 다시 들어가는 셈이다 라는 등의 단언은 미래의 고민을 앞당겨서 기정 사실화해서 하는 거라서 적어도 현재 시점에선 크게 의미없는 일이고, 사람은 자신이 믿는 신념체계에 갇혀서 모든 현상을 그 신념체계를 강화하는 쪽으로 해석히는 경향이 있기 때문에, 아마 그런 분들에게는 앞으로 무슨 일이 있든간에 실제로 나라가 망해가는 것처럼 느껴질 가능성이 다분히 있는 것이다. (그리고 내용적으로도, 밖에서 보는 우리나라는 망하긴커녕 지금 한창 뜨고 있는 경쟁력있는 나라에 더 가까워서, 이제 나라 망했다는 소리는 크게 공감이 안간다.) 그리고 상대방은 무조건 개념이 없다, 이땅에 나처럼 개념있는 사람의 수가 부족한게 슬프다, 이렇게 무조건적으로 “깔고 들어가는 것” 역시, 누군가의 말처럼 맞고 틀리고를 떠나서 적어도 우리 자녀들에게 가르치고 싶은 열린 태도는 아니다.
특정 후보가 당선된 것보다 더 두려운 것은 우리나라의 극단적 분열의 모습이다. 만일 다른 후보가 당선되었더라도 어느쪽 절반이냐의 차이만 있을뿐 여전히 반쪽 진영의 불만과 분열은 존재할 것이다. 사실 한발 떨어져서 보면 우리나라의 진정한 분열은 남과 북으로 나누어져 있는 분열인데, 저쪽은 분열의 기미가 없고 오히려 우리가 확실한 분열을 보이고 있는게 신기하다. 하지만 물론 달라진 건 하나도 없을 수도 있다. 삼국 시대때도 북쪽 지도는 하나였는데 남쪽이 두개로 갈라지지 않았던가.
암튼 요며칠 이런저런 생각들이 들어서 그냥 끄적여 본다. 정리해 보면 뭐 뻔한 얘기겠지만 나 하고 있는것부터 잘하자는 거다. 말이라는건 끝도 없어서, 심지어 스티브 잡스와 정체를 드러내지 않은 한 블로거 간에도 팽팽한 설전을 충분히 펼칠수 있다. 하지만 실제로 이러한 설전이 펼쳐졌을 때, 궁극적으로 스티브 잡스가 그 블로거에게 “그런데 넌 인생에서 지금까지 어떤 대단한 걸 만들었니?” 라고 물어봤을때 그걸로 적어도 관전하는 네티즌 사이에서는 게임이 끝나는 걸 봤다. 결국 말보다 뭘 했느냐가 중요한 거고, 현실에 대한 엄청난 비판은 얼마든지 할수 있지만, 그래도 누군가 “그래서 넌 한게 뭔데?” 라는 질문을 했을때 그에 대한 답이 없이 우물쭈물하면 안된다는 얘기다. 기본적으로 TV에 나오는 사람들이라면 당신이 쉽게 병신취급할 정도 만만한 사람들이 아니다. 당신도 한껏 배만 나온 먼데이 모닝 쿼터백일 수도 있다는 거다.
좋은글 잘 읽었습니다. 저도 요며칠 감정이 격해져서 제 주제를 넘어 이런 저런 트윗을 많이 했네요. 한발짝 물러서서 생각해 볼 필요는 있는 것 같습니다.
근데 저는 이런 계기로라도 국민들이 마음껏 의견을 개진하며 정치에 관심을 가지는게 좋다고 봅니다. 물론 일본에 나라가 넘어갈 것이라는 등의 극단적인 이야기는 도움이 안되겠지만, 국민들이 정치에 관심을 가지고 눈을 부릅뜨고 지켜보아야 정치인들이 그나마 이상한 짓을 좀 덜합니다. 축구경기와는 좀 다른게, 한일전의 결과는 축구 관계자가 아닌 담에야 나의 삶에 직접적인 영향이 별로 없습니다. 하지만 정치는 다르죠. 바로 직결됩니다. 각자 자기의 위치에서 열심히 일하되 유심히 지켜보고, 다른이와 소통하며 논쟁도 하고, 표로 말해야 합니다. 안그러면 당합니다. 지금껏 많이 당해왔습니다. 국민들이 정치에 관심꺼도 정치인들이 알아서 잘 해주면 얼마나 좋겠습니까만은, 한국은 아직 멀었습니다. 한참 멀었습니다.
음… 어떤 의도로 쓰신 글인진 알지만… 먼데이 모닝 쿼터백은 관전자지만 유권자는 권리자고 이해당사자죠. 게임은 끝나면 끝이지만 정치는 일상에 계속 영향을 미치구요.
각자 자기 일 잘 해야죠. 근데 대체 무얼 위해, 무슨 가치를 위해 일을 해야하는지 국민 절반이 황망해 하고 있는 상황에 이 글은 다른 방식으로 눈물나네요.
기자"였던" 친구와 국사교사인 후배의 "나 하고 있는 것 잘 할 수 있는 일상"을 지켜주고 싶었는데, 실패했어요. 그리고 구조상 앞으로도 한동안 계속 그럴 것 같아 두렵네요.
좋은 글 잘 읽었습니다. 티비에 나오는 분들이 알아서 잘 할 것 같으면 이인제 같은 정치인이 5번 넘게 당을 바꾸면서 살아남을 일도 없었겠죠. 아직도 언론, 정치 모두 개선해야 할 부분이 굉장히 많고 지속적으로 국민들의 관심과 참여가 필요하다고 봅니다.
물론 말씀하신 의도에는 동의합니다. 해보지 않은 사람들이 열심히 하고 있는 사람들한테 전문가인 양 "나 같으면 이렇게 하겠다 바보야"라고 입만 나불거리면 정말 짜증나죠. 그런데 이 것과 비슷하다고 봅니다. CEO가 회사 정보도 공개하지 않고, 아니 더 나아가서 거짓 정보 흘리거나 자꾸 했던 말 안했다고 부정하고 말 바꾸면 주주들이 가만히 있을까요?
잘 나가다가 뒷부분이 병신같아졌네요. 결국은 "정치하시는 나으리들은 다 대단하신 분들이 괜히 보잘것없는 놈이 잘난척 떠들지 말고 니나 잘해라" 이건가요?
한가지 빼먹었는데, 독재자들이 가장 원하는게 국민들이 정치에 관심을 끄는 것입니다. 그래야 독재가 쉬워지거든요. 무슨 정치적 사건으로 시끄러워질만하면 연예인 스캔들 소식이 때맞춰 하나씩 터져주는게 우연은 아니지요.
네 맞습니다. 원 글에서도 썼듯이 정치에 대해서 관심끄자는 얘기는 당연히 아니구요. 근데 정치에 참여하는 것과 정치를 "하는" 것은 다른것 같습니다 (이를테면 누구나 직업란에 정치가 라고 쓰진 않잖아요). 그래서 대의정치가 필요한거고 그게 직접민주주의에서는 투표로 결정이 되는거고, 따라서 투표가 끝난 다음에는 대의를 반영한 사람들이 어찌 되었든 정치를 "해야" 하는 거고, 나머지 사람들은 정치에 관심은 가질지언정 자기가 선 분야에서 열심히 또 살아야 하는거 아니겠습니까. 근데 그게 도를 넘어서 다들 정치를 "하는" 사람들처럼 보인다든지, 그리고 그 과정에서 너무 극단적인 모습들이 나온다든지, 이런게 좀 안타까운 거죠.
뭐 사실 선거가 끝나고 많은 사람들이 먹먹할 거라고 보는데요, 저는 제가 지지한 후보 의 탈락 (단일화 과정에서.. ^^ 누군지아시겠죠) 보다 뭘 해도 안되는 우리나라의 분열의 모습이 너무 안타까운 거죠. 사실 다른 후보가 되었어도 우리나라의 반쪽은 팔장끼고 수용 못하고 이랬을꺼거든요. 스티브 잡스를 갖다놔도 노무현이 되어버리는 거. 바로 그렇기 때문에 내가 지지했던 후보가 되었어야 한다, 이런건 사실 돌 하나 더 얹는것 밖에는 안되고, 결국 나부터 나랑 다른 생각을 하는 사람들도 많구나, 그럼 그들은 왜 어떤 배경에서 저런 생각이 나왔을까, 이렇게 나부터 포용해 나가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뭐 도덕책에 나오는 뻔한 얘기겠지만, 그런 태도는 커녕 우리 애들에게 보여주기 민망한 표현을 서슴치 않게 써가면서 너무 거칠고 날서게 마음을 닫아버리는 분들이 너무 많아서, 좀 불편하더라고요. 뭐 근데 제가 뭘 알겠습니까. 그냥 그렇다는 거죠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