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로그는 삶의 기록이지만, 그렇다고 해서 모든 이야기를 블로그에 쓰고 싶은건 아니다. 지난 주말, 존경했던 분의 추모 예배에 다녀왔다. 그리고 그분이 살아있는 시간이 얼마 남지 않음을 직감하고 나서 수개월간 암과 필사적으로 싸우며 썼던 소책자 형식의 글을 다 읽었다. 수십년간 살아온 삶의 관성이 이 한번의 경험으로 인해 송두리째 바뀌긴 힘들겠지만, 적어도 내 삶의 자전축이 2도 정도는 기울기가 바뀐것 같다. 그리고 그런 생각들은 여기서 나누긴 힘든 성격의 것들이다.
죽음의 문턱에 갔었던, 그래서 삶의 우선순위를 되돌아볼수 있었던 사람들의 이야기. 그리고 시한부 선고를 받고 나서 생의 마지막 나날들을 살면서 남겼던 기록들. 어쩌면 우린 그런 이야기들을 너무 많이 본 나머지, 마음의 굳은살이 더 박히고, 일상으로 아무렇지 않게 돌아오는 속도가 점점 더 빨라지는 지도 모른다. 머릿속으로 아는 것과 그렇게 사는 것은 분명히 다른데도 불구하고, 우린 우리 삶의 유한성을 깨달으면 깨달을수록 오히려 영원히 살것처럼 행동하는 모순을 지닌 존재들인지도 모른다. 마치 사흘 뒤에 떠날 호텔 방에 머무르면서도, 끊임없이 그 방을 치장하고 물건을 사다놓는 사람들처럼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