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번에 한국에 나갔을때 건설쪽에 있는 친구를 만났다. 직업상 접대를 많이 하는데, 아직도 접대받는 사람들의 노골적인 태도는 변함이 없다고 한다. 집에서 자고 있다가 갑자기 전화받고 나가서 법인카드로 술값만 대신 결제해주고 오는 일도 종종 있다고 한다. 선진국 기준으로는 도무지 이해가 안가는 비즈니스 관행이지만 한국에서는 비단 이 친구에게만 국한된 일도, 그리 놀라운 일도 아닐 테다.
접대가 비즈니스의 일부다 보니 관련 산업의 규모도 크고, 큰돈이 오가는 곳이다보니 짧은 시간에 큰 돈을 벌고 싶은 사람들이 몰려들게 마련. 친구 왈, 자기가 아는 한 유흥업소 종사자 아가씨들에 대한 속칭 “마이킹” (빚을 통한 반 강제적 고용) 은 이제 거의 없다고 한다. 자발적으로 일하고 싶어하는 대학생, 직장인들이 끊임없이 오기 때문.
이러한 “아가씨들” 중에는 한발 더 나아가 자신의 성을 댓가로 “스폰서”를 마련해서 더 짧은 시간에 돈을 벌려는 부류도 있다고 한다. 그렇게 번 돈은 명품 마련과 성형수술등, 나름대로 “스펙업”에 사용되고, 그렇게 스펙업된 그들은 어느 시점엔가 결혼 시장에 요조숙녀 신부감으로 나오게 되는데, 가장 좋은 타겟은 집에 돈은 많은데 공부만 해오고 약간 어리숙한 타입의 남자들이라고. 개개인의 선택에 대해서 뭐라 할 수는 없지만, 자신의 노력이 아니라 다른 사람에게 기대어 인생 편하게 살려고 하는 태도는 좀 아니지 않나. 물론 이 저변에 깔려 있는건 돈만 있으면 예쁜 여자를 구하고 이용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남자들의 추한 욕심일 테고.
사람 사는 곳에 왜 돈과 외모에 대한 욕심이 없겠나. 하지만 문제는 그 “정도”가 아닐듯 싶다. 서울의 에너지 넘치는 nightlife는 분명 도시 경쟁력 요소중의 하나지만, 가끔은 서울만큼 룸싸롱과 모텔, 성형외과가 밀집해있는 도시가 지구상에 또 있을까 싶다. 물질적인 사회를 플라스틱 사회라고 하는데, 공교롭게도 성형수술도 플라스틱 서저리다. 이래저래 서울이 애써 감추기 어려운 모습중 하나는 “플라스틱 도시”인 듯하다.
참고글: 배기홍 대표 “생산성 누수현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