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업을 마음먹었을때 가장 먼저 들었던 생각은 나이 생각이었다. “내 나이가 도대체 몇인데 새파랗게 젊은 친구들과 부대끼고 맨땅에 헤딩해 가면서 소위 말하는 ‘쌩벤처’를 하나…” 한국이든 미국이든 아직까지는 편하게 월급 받으며 다닐수도 있는 나이인데. (물론, 그것도 몇년 지나면 장담 못하지만.) 그냥 나이들면서 자동적으로 하게 될줄 알았던 결혼, 육아, 교육이 실은 누구나 매일매일 그들만의 작은 전쟁을 치르고 있는 것이었음을 깨닫게 되는 요즘인데, 하물며 그것도 모자라 20대들도 체력적으로 힘들어하는 스타트업의 세계로 이 나이에 뛰어든다는 건 가히 “미친X” 소리를 들을만한 일이 아닌가.
하지만 그럴때 마음을 굳힐 수 있었던 이유는 20대때, 사회 생활을 시작했을 때 누군가에게 들었던 한 마디였다. 바로, “인생은 경험”이라는 것. 가끔, 별것 아니게 스치듯 들었던 이야기가 인생의 뼈대를 형성할 정도로 기억에 박힌다는 사실이 매우 놀랍게 느껴질 때가 있다. 특히나 사회 초년병 시절에 들었던 이야기들은 별것 아닌것같은 이야기들도 그렇게 남더라.
경험을 하고, 거기서 나오는 컨텐츠를 쌓고 싶다. 나는 언젠가 한국에 돌아갈 거고, 그 전에라도 늘 한국과 미국을 연결해 가면서 일을 할 것이다. 한국에 있는 후배들에게 전달해 줄 수 있는 나만의 “실리콘 밸리 컨텐츠”를 갖추고 싶다.
실리콘 밸리에서 거의 2년 가까이 살았지만, 동네만 이지역에 살았지 얼마전까지만 해도 단순히 직장과 집을 오가는 삶이나 다름 없었다. 하지만 누가 실리콘 밸리에 대해서 묻는다면 어디가 햄버거가 맛있고 골프 부킹이 싼지 이런 따위의 생활 밀착형 이야기만 할 수는 없지 않겠는가.
점점 학위나 레쥬메가 아닌 “어떤 컨텐츠를 갖추고 있느냐”가 그 사람의 가치를 결정하는 시대가 올 것인데, 그러한 컨텐츠는 바로 경험에서 나오는 것이다. 앞으로 가급적 거창한 말같은건 삼가고 진짜로 내가 경험한 것만 말하고 쓰고 싶다. 겸손 떠는게 아니라, 이를테면 세상에 나만 알고 있다고 생각하고 뭔가 말했는데 실제로는 나만 빼고 다들 알고 있었던 것, 이런 경험 몇번 해보니 일부러라도 겸손한 척을 해야겠더라.
이곳 실리콘 밸리에서 얼마나 살지는 모르겠지만 여기서 경험해볼 수 있는 것은 최대한 해보려 한다. 티셔츠 입고 돌아다니면서 젊은 친구들과 나란히 앉아서 일도 해보고, 창업 액셀러레이터 이런 프로그램에 지원도 해보고… 누군가는 나이에 안맞는 일이라고 할 수도 있겠지만, 한번뿐인 인생 점잖게 폼만 재면서 살다가 가면 안되지 않겠나. 특히 한국 사람들 나이들면 “나이먹었으니 이젠 이렇게 살아야지” 라면서 중년/노년의 라이프스타일에 스스로 갇혀 지내기 쉬운데, 그럴수록 노출될 수 있는 경험의 가짓수가 적어지는건 아닐까.
앞으로 내가 할 경험에 스스로 설레이는 요즘이다.
좋은 글 잘 읽고 있어요. 화이팅입니다.
화이팅을 외쳐드리면서, 가까운 곳에 계시니 나중에 '컨텐츠' 이야기를 들을 수 있는 기회가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
먼 곳에서 화이팅을 외쳐봅니다. 곧 뵈요! 저는 지인에게 지혜 = 경험 x 고민 이라는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는데 (경험과 고민의 밸런스를 맞추는게 중요하다는 의미로) 인생은 실로 스토리라고 부를 수 있는 컨텐츠의 결합일 것 같네요. 좋은 글 감사합니다.
항상 좋은글 잘 보고 있습니다.
전진하는 모습에 많은 자기 반성을 하게 되네요
한국에서 스타트업 준비하고있는 청년입니다 ㅎㅎ 블로그 구독하며 좋은 포스팅 잘 보고있습니다. 요즘 안그랟 힘들어하고 있는 차에 이런 글을 읽으니 저도 힘이 다시 솟구치네요! 하시는일 모두 잘되길 바랍니다.
정신이 번쩍 드는 글입니다. 끊임없이 도전하시는 모습을 보면서 정말 많은 자극을 받습니다. 나의 컨텐츠, 나의 경험은 무엇일까 고민하는 시기인데 이제는 고민을 넘어 뭔가 해야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항상 응원하겠습니다! 앞으로도 좋은 모습 부탁드립니다.
안녕하세요 오랜만이에요~!
I'm sure you have lots of content. Let's start with the pro gamer years… 🙂
댓글이 힘이 됩니다 감사합니다.
네, 연락 한번 드리겠습니다!
경험과 생각을 블로그를 통해 공유해 주시니 늘 감사한 마음입니다.
새로운 도전의 성공을 기원합니다.! 🙂
잘 읽었습니다. 저도 다양한 경험을 해보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믿은지는 오래 되었지만, 실행은 정말 어렵네요. (똑똑하지도 않은 머리로 이거저거 재보느라ㅎㅎ)
그리고 보통 직업/경력 관련해서 A라는 지점에서 B로 옮겨가는 것은 대부분 '되돌릴 수 없는' 선택이 되는데,
이 때 'A를 제대로 경험은 한 것인가?' 라는 의문에 대처하는게 가장 어렵더군요..
"당신의 열정은 어디서 오나요?"라는 질문에 i/o ventures 창업자인 Paul Bragiel이 한 말이 기억나네요. "나는 cool한 "경험"을 위해 산다. 내 손자가 반해버릴만한 멋진 이야기를 만들고 싶다." 좋은 글 감사합니다.^_^
전 아직 손자는 없고 일단 아들딸부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