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경기를 살리기 위한 방안으로 스타트업 비자의 입법이 추진되고 있다고 한다. 미국 투자회사로부터 10만불을 포함, 총 25만불 이상의 투자를 유치하는 창업 기업중, 2년내에 5개 이상의 일자리를 창출하거나 100만불 이상의 투자 또는 매출을 올리는 기업의 창업자에게는 영주권이 부여된다는 내용이다. 아직 입법된 것은 아니고, 제안중인 안이다.
그런데 이 스타트업 비자의 입법을 주도적으로 로비하고 있는 사람들은 과연 어떤 사람들일까?
(1) 창업 기업가들 (2) 중국, 인도계 이민자 그룹 (3) 재선에 출마한 정치인들 (4) 벤처 투자가들 (VC)
정답은 바로 (4), 벤처 투자가들이다. 프레드 윌슨의 글에 따르면, 이 안을 처음 발의한 사람은 Y 컴비네이터의 폴 그레이엄이고, 곧이어 몇명의 VC들이 이 뜻에 동참했다고 한다. 그리고 그들은 바쁜 시간을 쪼개 워싱턴을 상대로 줄기차게 로비활동을 벌여왔다.
최근들어 실리콘밸리 VC업계는 위기감을 느끼는 모양이다. 경제위기로 인해 기업공개 시장은 얼어붙었고, 창업비용도 예전만큼 높지 않아서 엔젤투자가나 개별 기업으로부터 투자를 받아서 매출을 일으키고 곧바로 M&A시장에서 팔려가는 창업 형태가 늘어나고 있다. 따라서 수천억에서 수조원대의 대규모 펀드레이징을 하고서도 큼지막한 장외홈런 몇개를 통해 수익을 올리던 VC 업계의 성공 공식이 앞으로도 이어질 것인지에 대해서 고민이 많아 보인다.
근데 이건 어쩌면 “가진 사람들의 죽는소리” 일지도 모른다. 실리콘밸리는 앞으로도 당분간 세계 기술의 중심지로 우뚝 서있을 것이다. 실리콘밸리는 앞으로도 제 2의 구글, 애플, 트위터, 페이스북의 탄생을 매년마다 지켜볼 것이다. 거대한 자금 역시 VC 업계로 꾸준히 유입될 것이다. 어차피 연기금등 큰 기금을 운용할 때 최소한 몇프로 정도는 포트폴리오 다변화 차원에서라도 고위험자산에 투입되지 않을 수 없으니까.
투자할 회사들이 널려있는 실리콘밸리 VC들도 이렇게 법까지 바꾸려고 노력하면서 치열하게 고민하는데, 우리나라 VC 업계도 더 활발하게 움직였으면 좋겠다. 우리나라 VC 몇명이 국회의원들을 설득해서 창업기업 관련된 법을 바꾸려고 로비를 벌였다는 이야기는 별로 들어본 적이 없다. (물론 내가 모르는 것일 수도 있다.) 기업가 수준, 아니 그 이상으로 산업을 꿰뚫고 있어서, 해당 산업분야의 아젠다를 이끌어 가는 우리나라 VC를 만나기 쉽지 않다. 근데 이건 반대로 엄청난 기회가 아닐까? 이 말은 곧 한국의 마이클 모리츠, 한국의 비노드 코슬라, 한국의 프레드 윌슨같은 “스타 VC”자리가 현재 공석으로 비어있다는 뜻일 테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