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 사회의 가장 큰 문제점은 시간 부족이다. 일은 끝도없이 밀려드는데 그에 비해서 우리의 시간은 한정되어 있다. 그러다보니 요근래 들어 각광받고 있는 GTD (Getting Things Done) 를 비롯, 각종 시간관리 기법들이 나오고 있다.
그런데 우리가 하루에 할 수 있는 일의 가짓수는 정작 그렇게 많지 않은 것 같다. 하루에 3~4가지라도 의미있는 결과를 도출해 낸다면, 그날은 꽤 보람있는 하루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Y Combinator의 폴 그레이엄이 쓴 최근 글을 보면, 무언가를 만드는 “쟁이”들에게 하루의 최소 단위는 반나절이라는 이야기가 나온다. 그래서 그러한 “최소 단위로써의 반나절”을 확보해 주지 못하는 것들, 이를테면 오후 어중간한 시간에 떡하니 끼어있는 미팅은 그 날을 너무 작은 시간들로 쪼개어 버림으로써, 어떠한 종류의 의미있는 일도 성취하지 못하게 하는 방해요소라고 말하고 있다. 피터 드러커도 하루에 한시간씩 일주일간 시간을 투입하는 것보다 하루 날을 잡아서 7시간의 방해받지 않는 시간 블럭을 사용하는 것이 훨씬 효율적인 시간 사용이라고 말한 적이 있다. 복잡하게 말했지만, 개발자들을 대상으로 왠만하면 자꾸 회의를 잡으면 안된다는 얘기다.
마크 앤드리슨같은 사람도 하루를 시작하기 전에, 자신이 오늘 해야 하는 가장 중요한 일 대여섯가지를 조그만 카드에 적어가서 그것에만 집중한다고 한다. 마크 앤드리슨같은 사람이 대여섯가지를 적는다면 우리는 한 서너가지만 적어도 되지 않을까?^^ 사실 하루를 미리 계획하는 것은 거의 불가능한 일이다. 하루중에 어떤 변수나 돌발 미팅이 발생할 지 모르지 않나. 그런데 계획을 짜는 순간 그 계획대로 일이 되어지기를 바라는 마음이 생기고, 그렇게 되지 못하는 순간 불만이 생길 수밖에 없다. 미팅 걸어오는 사람이 달갑지 않게 여겨지는 것이다. 정작 그 미팅이 훨씬 더 중요한 것일 수도 있고, 또한 조직생활을 하면서 다른 사람의 요청을 달갑지 않게 받아들이는 기색이 조금이라도 보이는 것은 좋지 않은 것임에도 불구하고 말이다. 나에게 미팅을 요청해 준다는 게 얼마나 고마운 일인가! 따라서 오늘 해야 할 중요한 목표 몇 가지만을 마음속에 염두에 두고, 하루중 발생하는 상황에는 유연하게 대처하는 것이 더 나은 방법일 수 있는 것이다.
멀티태스킹에 능한 비범한 사람들의 경우에는 모르겠으나, 나같은 둔재에게는 하루에 할 수 있는 일이 그렇게 많지 못한 것 같다. 오늘 해야 할 가장 중요한 일 몇 가지만을 염두에 두고, 그러한 몇 가지 분야에서 조금이라도 의미있는 결과를 만들어 내기 위해서 노력하는게 정신 건강에 좋을 것 같다. 육체노동 하시는 분들의 경우 눈에 딱 보이는 소위 탠저블(tangible)한 목표를 개운하게 달성하고 정시에 퇴근해서 잠자리에 들면 되지만, 소위 지식 근로자의 경우 하루 일과를 마쳐도 일이 딱 끝났다는 느낌이 안들고 어디서부터 어디까지가 일의 시작이고 끝인지 불명확하기 때문에, 늘상 피곤하고 개운한 마음이 안 든다는 말을 어디선가 본것 같다. 결국 스트레스의 근원은 우리가 달성하지 못한 일의 총량이라고 하지 않던가. 우리가 지식 근로자일지언정, 하루 일과가 끝나면 조금이라도 개운한 느낌을 갖기 위해서 좋은 방법중 하나는 오늘 할 일의 가짓수를 줄이는 것이다. 어차피 걔네들만 옹골차게 하기에도 하루라는 시간이 그리 긴 시간은 아니라는 거다.
시간블록을 어느 정도 여유있게 잡아야 한다는 부분 동감입니다. 그리고 대다수의 사람들은 하루에 할 수 있는 Task의 수가 3-4개 정도 될 것 같은데, 이것도 사실 제대로 하기 쉽지 않지요. 제 개인적인 느낌은 정말 해야할 일 1-2개를 집중해서 할 수 있다면 일을 잘하는 사람인 것 같습니다. GTD를 사용하면서 느끼는 것은 Task가 쌓여가는 속도가 없어지는 속도보다 많아질 경우 Task List 작성 자체가 매우 우울해질 수 있더군요.
정말 좋은 글입니다. 저도 책상에 항상 메모지를 두고 그 날 할 일을 적으면서 시작하는데… 그 중 시간 적게 걸리는 것들 하고 나면 막상 덩치 큰 일 할 시간은 안난다는…
@초서 – 2009/07/28 02:41
이메일도 하나 보내는 순간 4개정도 들어오는 경우가 생기더라구요.
매우 공감합니다. 보통 이거 갖고 될까 하고 세가지를 적으며 하루를 시작해보지만, 막상 방해요소들로 인해 그게 참 어렵더라구요. 결국 세개 다 한 날이 가장 생산적인 날이죠 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