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학교에 여교사들이 많은 것에 우려하는 이유는, 양성 평등 원칙을 남성에게도 적용해야 한다는 등의 고차원적이고 인권주의적인 생각을 해서가 아니다. 그건 매우 단순하고 자칫 지나친 일반화의 오류에 빠질 가능성조차 있는 이 생각 때문이다. 요컨대 여자선생님들은 대개 다소곳하고 초롱초롱하고 얌전한 아이를 더 예뻐할 거 같고, 그게 사실이라면 호기심많고 짓궂고 대략 정리안되는 남자아이들이 자칫 학급에서 “뒤떨어진 아이”, “문제가 있는 아이”로 평가되지는 않을까 하는 우려 때문이다.
남자아이들은 세상을 향해서 개념없이 돌진하고, 어른들이 놀랄만한 장난을 통해 새로운 것을 실험하며, 옆의 아이들과 “동물의 왕국” 식의 무한경쟁을 펼친다. 그러나 이처럼 “남이 가보지 않은 길”을 끊임없이 추구하는 남성성은 인류 역사의 진보와 새로운 것들의 발명에 큰 공헌을 해온것도 사실이다. 리처드 브랜슨과 아인슈타인의 공통점은, 둘 다 학교에서 낙제아로 지목된 사람들이었다는 점이다.
엉덩이 딱 붙이고, 이미 답이 나와있는 교과서를 착실히 공부해서, 시험 성적을 올리는 것도 물론 좋은 일이다. 그러나 선생님들이 이러한 것만을 “좋은 학생”의 기준으로 규정해 버리는 것은, 자칫 실은 무한한 가능성을 지니고 있는 아이들이 스스로를 뭔가 열등한 존재로 생각하게 만들 수도 있지 않을까. 여자아이들이 시험 점수의 상위권을 휩쓰는 것은 여자들의 지능이 남자들보다 높아서일까? 남자들의 지능이 여자들보다 높지 않은게 분명한 사실인만큼이나, 그 반대도 사실이 아닐 것이다.
선생님들이 정한 “착한 아이”의 기준에 부합하기 위해서 스스로를 얌전하고 공부잘하는 아이로 규정짓는 남자아이들이 많아질 때, 자칫 그런 남자아이들이 기존의 틀을 깨는 도전적 사고방식을 가진 남자들로 성장하지 못하는 건 아닐까 하는 기우가 든다. 일본이 그런 사회의 속성을 좀 지니고 있는것 같기도 하다. 일본에는 참 “매가리”가 없고, 사회를 변화시키는 것보다 자기 얼굴에 바르는 에센스와 수분크림에 더 신경을 쓰는 남자들이 많은 것 같다. 우리나라도 그렇게 되려나? 이를테면, 물질주의적인 개념을 제외하고는 별 개념이 많지 않은 여자애들의 싸대기를 한대 시원하게 때려줄 수 있는 (아니 그러니깐 범죄를 저지르라는 얘기는 아니고;;;), 즉 맥락은 없지만 매가리는 있는 남자들을 찾아보기란 더이상 힘든걸까? 이러한 남성성의 퇴화는 행여 우리네 교육 현실, 좀더 구체적으로 여교사 80%의 현실과 행여 조금이나마 관계는 없을까?
아무튼 학교에 여자선생님이 많다는 사실이 남자아이들의 전유물인, “골치아프지만 창의적인 돌발성”의 제한으로 이어지지 않았으면 하는 바램이다. 도무지 남자들이란 도전적이고 걷잡을 수 없는 동물들인데, 그걸 무조건 나쁘다고 할 것은 아닌 거다.
아, 그러고보니 남교사 충원의 해답도 바로 여기에 있는 듯하다. 교직을 도전적이고 목표지향적인 자리로 만들수 있다면, 학교 선생님의 커리어가 벤처기업 직원의 커리어처럼이나 흥미진진하고 자기 노력에 따라서 올라갈 수 있는 여지가 무궁무진한 자리가 된다면, 머지않아 교사중 남자의 비중이 너무 높아서 고민하게 될 지도 모른다. 앞서 말한대로 남자들이란 대략 개념없는 돌진형 동물이기 때문이다.
아니 어떻게 교사와 벤처기업을 비교하나, 교사가 잘 되면 큰 돈을 벌 수 있나? 라고 하기전에, 이러한 이야기가 비단 물질적인 차원만을 이야기하는 것은 아님을 밝힌다. 직업이 주는 도전과 성취감은 물질적인 것만 있는 것이 아니다. 현재 교직은 한 30년간 편하게 몸담을 수 있는 곳이지, 도전과 성취감을 주기 어려운 자리이다. 내 이야기가 아니고 “교사는 남자가 할 직업이 절대로 아니다”라고 말하는, 내가 아는 한 남자 교사의 이야기다.
어쩌면 그 많은 여선생님들의 20%는 과격하게 변해갈지도 모릅…
@승객1 – 2008/04/16 16:22
정말 좋은 댓글이십니다… 교육계에 대해서 많은 것을 배울 수 있었네요.
저는 한 아이(아들)를 기르고 있는 엄마입니다.
한데 제 초등학교 시절을 생각해보니 그러니까 70년대 초등학교시절 내내
저는 한번도 남자 선생님을 만나본 적이 없습니다.
그리고 제 주변의 친구들이나 선배도 물어보면 대체로 초등학교 선생님들의
대부분은 여성이었습니다. 중학교, 고등학교에 들어서면서 남자 선생님들을
뵌 것 같구요.
제가 이 글에 반박을 하고자 함이 아니라..
물론 선생님들의 성비의 월등한 차이는 균형감을 잃을 수 있기는 합니다.
하지만 제 아들의 경우 조금 독특한 정신세계를 가진 아이라
1학년 때부터 튀는 행동으로 조금 걱정되었지만
모든 여 선생님들께서는 그 아이의 독특함을 인정해주셨고,
같은 반 아이의 거칠은 아이들도 그들이 가진 개성을 인정해주고 있음을
아이를 통해서 들었습니다.
사실 선생님들의 입지가 전보다 줄어들고, 교권이 무너지는 세대이다보니
오히려 선생님들 스스로가 자신감이 줄어드는 것이 아닌가 합니다.
비약적인 예로 학교에서 체벌을 당하면 그건 있을 수 없는 사회이슈이지만
학원에서의 체벌은 당연한 것으로 받아들이는 이러한 현실이다보니..
저는 보다 근본적인 원인이 부모들에게 있다고 봅니다.
요즘의 아이들은 대부분의 문제를 부모들이 해결해주고,
아이들은 짜여진 틀에서 학교와 학원을 왔다 갔다하고..
6학년인 제 아이도 벌써 수능에 대해서 스스로 말하는
이 말도 안되는 모든 사회적인 현상은..
항상 1%안에 들어야 하는 인생의 목표가 유치원때부터 정해지고.
그 안에 들기 위해 부모들의 정보력과 자금력이 동원이 되며,
학원수업 때문에 학교 청소 빠지는 당연한 현상을
학교의 선생님은 받아들입니다.
지난 간담회 선생님께서 부모님들께 당부하신 마지막 말씀은..
"저를 믿어주세요" 였습니다. 가슴한쪽이 내려앉았습니다.
선생님에 대한 믿음의 시작..그건 바로..
우리 교육의 시작인 것 같습니다.
학교가 바로서기전에 부모가 바로 서는 것이 교육혁신의 시발점인것 같습니다.
경험상 … "여자선생님들은 호기심많고 짓궂고 대략 정리안되는 남자아이들이 자칫 학급에서 "뒤떨어진 아이", "문제가 있는 아이"로 평가되지는 않을까 하는 우려"가 어느정도 사실이긴 합니다. 교수 능력과는 별개로 성별이 가지는 기본적인 인식 차이는 … 부인할 수 없는 부분이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