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한석 소장님의 “순진한 개발자가 사내정치에서 살아남는 법“이라는 글을 보고 난 후의 생각이다.
글의 요지는 아마도 “개발자들은 사내 정치에 휘둘려서 피해를 보기 쉬우며, 따라서 그렇게 일방적으로 당하지 않으려면 정신 똑바로 차려야 한다” 정도로 요약되는 것 같다.
물론 이러한 실제 피해사례(?)가 많아서 이런 글이 나오게 되었을 것이라고 본다. 그러나 내 개인적인 생각은, 가장 위험한 것은 어쩌면 이 글처럼 개발자들의 경우만을 따로 모아놓고 이야기하는 이분법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다.
조직내에서 여러 사람의 이익이 서로 상충해서 한쪽이 피해를 볼 수 있다거나, 커뮤니케이션 능력이 뒷받침되지 못한다는 이유로 자신이 가진 진정한 포텐셜이 제대로 인정받지 못하는 상황을 막으려면 자신의 능력만큼이나 커뮤니케이션과 협업 능력을 갖추어야 한다는 것은, 비단 개발자들에게만 국한되는 이야기는 아닐 것이라고 본다.
이러할진대, 세상을 개발자와 개발자 아닌 사람으로 나누는 이분법은 좋은 것이 아닌 것 같다. 늘 이분법이나 스테레오타이핑은 위험한 것일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한 스테레오타이핑은 늘 “개발자들은 이러이러한 유형의 사람이다”라고 치부될 수 있는 개연성을 낳을 수 있으며, 이는 궁극적으로 개발자들에게 좋은 것이라고 보기 어렵다.
개발자와 기획자, 디자이너는 비유를 하자면 피아니스트, 바이올리니스트, 트럼펫 연주자이다. “절대선”은 그들이 서로 융합해서 좋은 화음을 내는 것, 그것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 내 악기만을 세게 불어제끼는 것이 좋은 화음을 낼 수는 없다. 때로는 내 악기의 소리를 적게 내야 할 때도 있다. 물론 화음을 위해서 가장 중요한 것은 다른 악기의 음을 “듣는” 것일 테다.
내가 알고싶은 것은 어떻게 하면 오케스트라가 화음을 잘 낼 것인가에 대한 고민과 시행착오들에 대한 나눔이지, 오케스트라 내에서 바이올리니스트들의 이익을 극대화할 수 있는 방법론이 아니다.
만일 내가 속한 조직에서 누군가가 개발자는 이렇고 기획자는 저렇다라는 스테레오타이핑을 더욱 강화시키면서, 조직을 은연중에 몇 갈래로 분리시키려는 사람이 있다면, 나는 가장 먼저 그 사람을 조직에서 떼어내는 일을 할 것이다. 그리고 그 기준은 개발자든 개발자가 아니든 동일하게 적용될 것이다.
왜 다들… 개발 잘 하는데, 말도, 정치까지도 잘 하라고 윽박 지르는걸까… 서로 뛰어난 점으로 부족한 점을 채워주면 될텐데… 어짜피 혼자서 다 잘 할 수는 없을 텐데… ㅡㅡ;;
@CK – 2008/03/20 23:52
사실 제가 개발자 출신이라서(지금은 개발 일은 거의 안하지만) 개발자들에 대해 애증(?)을 가진 것이 사실입니다.
CK님의 경우, 경영자의 입장이므로 거시적인 관점, 조직 인화적인 관점에서 보신다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역시, 사업을 하시는 분은 다른 면이 있습니다.
그런 관점을 통해서 저도 배웠습니다. ^^
@Dotty – 2008/03/20 18:28
앗. 미투데이 버튼인줄 알았습니다.:)
@류한석 – 2008/03/20 20:41
혹시나 오해하셨을까봐… 류소장님 여전히 저는 류소장님의 팬입니다. 쓰신 글에 대해서 약간의 다른 견해를 블로깅 하는 것에 불과합니다.^^ 제가 하고 싶은 이야기는 류소장님의 글이 틀렸다는게 아니라, 조직내에서 여러 직군간의 갈등 자체가 생기는 것이 – 그러한 갈등이 피할 수 없음을 어느정도 인정하면서도 – 얼마나 큰 에너지 loss로 이어지는가를 모든 사람들이 처절하게 인식하지 않으면 안된다는 새로운 명제를 꺼낸 것입니다. 나는, 또는 우리 직군은"손해보지 않아야 한다"는 기본 전제 자체가 대부분의 조직의 현실은 아닐 것이라고 봅니다. "가끔은 내가 좀 손해볼 때도 있다"는 것이 사람 사는 조직의 엄연한 현실에 더 가깝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사실 자기만 손해본다고 느끼는데, 알고보면 누구나 – 경영자까지도 – 그렇게 느낄 수 있는 거거든요… 그렇다면 내가 가끔 손해보더라도 어떻게 하면 팀이 이길 수 있을까를 고민하는게 전체적으로 더 바람직하지 않겠냐는… 조금은 공자님 말씀같은 뻔한 이야기였던 거죠^^ 그러나 뻔한 이야기일지 몰라도, 조직에서는 정말 정말 필요한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농구경기에서 수비 안하고 공만 달라고 하는 플레이어를 빼야 그 경기를 이긴다는 말과 비슷할라나요?
행간을 읽어주시지요.
ZDNET이 IT매체이고 모든 IT직종들 중에서 경험상 개발자들의 소셜스킬이 제일 떨어지기 때문에 쓴 글입니다. 사례와 같은 경우가 가장 많이 일어나는 직종이기도 하고요.
'개발자'라는 단어를 '직장인'이라고 바꾸어서 읽어보시면 어떨까요. ^^
블로그에 미투 버튼이 없는게 아쉽네요. ^^ 잘 읽고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