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를 포함해서 오늘 웹 2.0 코리아 2008 행사에 오셨던 강의자 분들중 “오픈”, “데이터 포터빌리티”, “소셜”을 이야기하지 않은 분은 없었다. 내가 발표자일 때는 중요한 트렌드라고 생각해서 말을 하게 마련이지만, 듣는 사람 입장에서 모든 사람들이 똑같은 얘기를 하는 걸 듣는건 조금 지겨울 수도 있겠다는 우려마저 살짝 들었다.
방금 뉴스를 보니 오픈소셜에 야후도 참가한다고 한다. 확실히 오픈, 포터블 이런 게 대세인 듯하다. 그런데 아직까지는 “대세” 이지 정말 사용자 입장에서 가치를 주고 있지못하는 것 같다. 하지만 물론 “도로”를 미리 깔아놓아야 도시가 건설될 수 있듯이, 오픈된 인프라스트럭쳐가 먼저 깔리는 것은 중요한 일일 것이고 우리나라의 웹 기업들도 그러한 인터넷 대세에 동참하는 게 맞을 것이다. 그렇지 않으면 마치 일본의 모바일 업계가 그랬듯, 자칫 우리나라 웹 서비스만 세계 시장에서 IT섬나라로 “고립될” 수도 있으니.
사용자 입장에서 중요한 것은 어떤 서비스가 얼마나 오픈되었느냐가 아니라, 사용자들에게 얼마나 큰 가치를 주느냐일 것이다. 애플은 지극히도 닫혀있는 회사지만, 계속해서 광팬들을 형성해 나가고 있다. 이를 넘어서 R/WW의 Alex Iskold는 그렇게 닫힌 구조를 형성하면서 OS나 소프트웨어기술을 수십년동안 계속 발전시켜 나간 것이 바로 애플의 성공 요인이라고까지 말하고 있다. 네이버 역시 “닫혀있다”는 비판도 받지만, 다음이 경쟁상대라고 하기도 어려울 정도로 인터넷 사업에서 독주하고 있다. 그리고 인정할 건 인정하자. 네이버가 한국인들에게 고마울 정도로 큰 사용자 가치도 주고 있지 않은가? (연말정산 서류에 대한 정보, 어디에 물어보았었나?)
닫혀있다는 게 좋다고 말하는게 절대로 아니다. 열려있다, 닫혀있다는 것보다는 사용자 가치가 더 중요하다는 것이다. 사용자들은 “열려있는” 그저그런 서비스보다 “닫혀있는” 네이버와 애플을 이용한다는 것이다.
그런데 이러한 “사용자 가치”의 명제는, 부메랑처럼 다시 “더 많은 업체들이 오픈되어야 한다”는 명제로 귀결된다. “오픈”이 “사용자 가치”를 가지기 위해서는 나만 열려있는 것이 아니라 모두 다 열려있어야 하기 때문이다. 오픈아이디를 예로 들어보자. 한국에서 오픈아이디는 “또 하나의 새로운 아이디를 만들어라”는 의미로 다가온다. 오픈아이디가 “또 하나의 새로운 아이디”로 인식되는 한, 오픈 아이디의 참 가치를 사용자에게 주기는 어려워 보인다. 다음이 오픈아이디에 참여하고 이벤트까지 한다고 하니 좋은 소식이다.
웹2.0 2008 잘 듣고 왔습니다. 구글의 염동훈 상무님께서도 같은 맥락을 말씀하셨죠.
웹이든 서비스든.. 결국은 '가치'라는 것 공감합니다.
오픈이 좋다고만 생각하다가, 미처 깨닫지 못한 관점을 발견하게 되네요 ^^
좋은 글입니다. 저도 오픈아이디를 사용하고 있지만..이게 오픈된 아이디인지..새롭게 회원가입하여 만든 아이디인지..헷갈리때가 많았습니다..사용자를 이해하고 그 가치를 제대로 정립시켜가야 한다는 정말 좋은 내용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