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과학서적을 읽기 좋아하는데, 요즘 읽는 책은 친디아(Chindia)라는 책이다. 이 책을 읽다 보면 조금 심하게 표현하면 이미 “게임 끝”인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 정도다. 30년 뒤의 세계 1위 경제는 중국이 될 것으로 의심하는 사람은 거의 없다. 어쩌면 중국은 이미 미국과 어느정도 대등한 위치에 올라섰는지도 모른다. 오늘 테크크런치에도 나왔지만 1989년에 세계에서 가장 시장가치가 높던 20대 기업의 73%는 일본기업이었고, 1999년에는 그 리스트의 77%가 미국 회사였다고 한다. 그러나 지금은 세계 20대 시장가치 기업의 41%가 중국 기업이고, 미국 기업은 중국에 뒤진 38%라고 한다. 50년대에 옥스포드 대학에 유학을 갔던 사람이 지금은 하버드에 갔었으면 하고 후회하는 것처럼, 어쩌면 요새 미국 사립학교에 가는 것보다 중국의 북경대에 유학가는 게 장기적으로는 더 현명한 선택으로 인정받을 지도 모른다.
한가지 재밌는 사실. 중국이 미국에 미친듯이 공산품을 수출하는 만큼, 미국도 중국에 무언가를 수출해야 한다. 그러나 미국 제품중에 중국에서 경쟁력 갖춘 공산품이 뭐가 있겠나. 그래서 미국이 중국에 수출해서 재미를 보는 제품들이 전투기와 무기라고 한다. 이러한 것들은 아마 중국을 미국이 여차하더라도 침공할 수 없을 나라로 키우는 데 일조할 것이고, 미국의 국제사회에서의 입지를 더 좁게 만들 것이다. 또한 미국이 침공할 수 없으므로, 중국은 마음놓고 경제규모가 우리와 필적하는 대만을 완전히 합병할 것이다.
아무는 이렇게 중국이 급성장하다보니 “차로 10분거리에 있는 회사가 아니면 투자하지 않는다”는, 극도로 자신들의 편의에 맞춘 원칙을 가지고 있던 미국의 VC들마저 돈을 싸들고 중국으로 가기 시작했다. 실리콘밸리의 VC들, 특히나 유명한 VC들의 경우 얼마나 오만할 정도로 자신감에 찬 사람들인가? 얼마전에 만났던 실리콘밸리의 한 사업가는 이런 일화를 전한다. 한 저명한 실리콘밸리 VC가 말하길, 자기는 “주로 다섯글자로 이루어진 회사 – Yahoo, Cisco 등등 – 에 투자하길 좋아한다” 라고 했다는 거다. OTL…그야말로 투자받으러 간 사람들을 벙찌게 만드는 얘기다. 그럼 회사 글자를 다섯글자로 바꾸고 오라는 이야긴가?
그중에서도 클라이너 퍼킨스(Kleiner Perkins)와 시쿠아(Sequoia)는 가장 저명한 VC회사들이다. 그런데 이게 왠걸, 이들이 중국에 가서 투자하는 회사들을 살펴보니… 완전 전통산업들이 포함되어 있더라는 기사가 Venturebeat에 나왔다. 그 유명한 클라이너 퍼킨스는 셔츠 제조공장에 투자했고, 시쿠아의 경우는 한층 더 안습으로 고급 채소를 생산하는 “농장”에 투자했다고 한다.
클라이너 퍼킨스나 시쿠아가 셔츠공장이나 농장에 투자한다? 실리콘밸리 기준으로는 정말 말도안 되는 이야기가 벌어지고 있는 것이다. 중국시장이 바로 이런 곳 – 즉 가오잡고 멋있게 들어간 실리콘밸리 VC들이 자금 수익율을 내기 위해서 셔츠공장과 농장에라도 투자를 해야 하는 곳- 이라는 걸 의미하는 지도 모르겠다. 아니면 중국에서조차 IT 버블의 징조가 조금씩 보이고 있다는 이야기로 해석이 될 지도 모르겠다.
클라이너가 투자한 중국 셔츠공장 |
시쿠아가 투자한 중국 농장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