웹 3.0 이 뭐냐는 질문에 대한 답은 몇 가지 정도가 되는 것 같다. 대부분 (아마도 80% 이상) 은 당장에 용어의 피로감을 토로한다. 웹 3.0 이라는 말을 꺼내는 것 자체를 싫어하는 것이다. “아니 웹 2.0도 버블이네 마네 하고, 실체가 뭔지도 모르겠는 마당에 왠 웹 3.0? 너 지금 한번 떠볼라고 하는거지?” 속된말로 “짱난다”는 거다. 그러한 와중에서도 얼굴에 철판깔고 웹 3.0 을 언급하는 제이슨 캘리캐니스같은 사람들은 저마다 “웹 3.0은 이것이다” 라고 주장하는데, 여기엔 대략 시맨틱 웹, 개인화된 웹 등이 자주 언급되는 것 같다.
웹 1.0 이 컴퓨터(인터넷, 모바일등을 포괄하는 큰 단어)와 사람간의 인터랙션이었고, 웹 2.0이 사람과 사람간의 인터랙션이었다면, 이제 웹 3.0 은 컴퓨터와 컴퓨터 간에 지들끼리 알아서 인터랙션하고나서 가장 좋은 결과를 사람에게 충실히 가져다준다는 개념인 듯하다. 사람이 어떤 상황에 처해 있는지도 다 알고, 가장 그 상황에 맞는 결과치를 알아서 제공해 준다는 것이다.
음.. 근데 다 좋은데, 그게 사람들이 원하는 것일까?
편할 수도 있겠고, 좋을 수도 있다. 그러나 나는 인생은 어떤 알고리즘이 끊임없이 나에게 무언가를 추천해 주고, 나는 그것을 넙죽넙죽 받아먹는 것으로만 이루어진, 단순한 것이 아니라고 생각한다. 나의 기존 행동에 기반해서 다음 액션이 예측되고 추천되는 인생은 너무 재미없지 않을까? 가끔 우리 모두는 되바라진 일을 하고 싶어하기도 하고, 전에 전혀 관심이 없던 무언가를 다른 사람이 너무도 멋지게 하는 걸 보고 (예를 들어 윈드서핑이나 MTB자전거등) 나도 그걸 하고 싶어하게 되는 경우도 자주 있지 않은가? 가끔은 “우연한 발견 (세렌디피티 또는 stumble upon)”이나 “즐거운 놀라움 (pleasant surprise)” 을 경험하고 싶어하는 게 사람이라고 본다. 나는 레드삭스의 골수팬이지만, 최근의 콜로라도 로키스를 보면 팬이 되고 싶어진다.
내가 아는 교수님 (미국 분) 은 자신의 친구 교수가 게이인데, 그 사람의 생일 선물에 맞추어서 게이들이 좋아할 만한 패셔너블한 옷을 사서 선물했다고 한다. 그 이후로 이 교수님에게 끊임없이 추천되는 상품은 게이 상품이다. 이분은 게이가 아님에도 불구하고 말이다. 이런게 개인화와 추천의 맹점이 아닌가 싶다.
실은 어떤 사람이 좋아할 만한 추천과 개인화를 제공해 주면서, 동시에 그 사람에게 “즐거운 놀라움”을 선사할 수도 있는 유일한 존재는 다른 사람들이 아닐까. 내 주변에 있는 사람들은 “야 너 이거 좋아할 것 같애” 라고 나에게 맞는 것을 추천해 주기도 하지만, 동시에 “야 이거 한번 해봐봐.. 장난아냐” 라면서 기존의 내 행동에 기반해 있진 않지만 내가 좋아할 만한 “즐거운 놀라움” 을 선사해 주기도 하지 않는가. 그래서 수많은 웹 3.0 에 대한 예측중에 가장 내게 설득력을 가지는 것은 소셜 웹인것 같다.
소셜 웹이 적절하게 개인화와 추천 등과 섞일 때, 매우 쓸모있는 가치가 제공되리라 본다. 그러나 그것을 위해서 유저가 새로 데이터를 생산하게 요구하는 것은 잘못된 방법이고 (누누히 이야기하지만 우리 모두는 다 게으르기 때문에, 귀찮은 것을 주면 안 된다.) 유저가 이미 하고 있는 행동에 기반한 것이어야 할 것이다. 음악만 듣기만 하면 다른 사람들을 자동으로 연결해 주는 Last.fm 등이 대표적인 예일 것이다. 아니면 최근에 나온 xobni (inbox를 거꾸로 읽은) 처럼, 기존에 이메일 쓰는 것에 더이상 아무것도 할 것이 없어도 당신과 이메일을 가장 많이 주고받은 사람을 기반으로 소셜 네트워크를 형성해 주는 서비스도 그 예다. 이처럼 intrinsic한 방법으로, 유저가 신규 데이터를 제작하지 않고서도 기존의 행동만 해도 부가적인 가치가 부여되도록 하는 서비스가 좋을 것 같다.
개인적으로 가장 마음에 드는 웹 서비스 피쳐중의 하나는 아마존의 “이 책을 산 사람들이 구매한 다른 책 리스트” 이다. 내가 미처 발견하지 못했던 것을 발견하게 해주는, 흔히 말하는 “크로스-셀링”을 가능하게 해 주면서도, 사람들에게 큰 거부감 없이 다가오는 피쳐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이는 개인화된 웹과 소셜 웹이 절묘하게 결합된 예가 아닐까 한다.
@DTwins – 2007/11/13 02:28
감사합니다…
@coolengineer – 2007/10/24 23:26
재밌겠는데요…? coolengineer님이 한번 개발해 보심이 어떨지… ^^
기계적인 개인화추천의 맹점을 잘 지적해주셨다고 생각합니다. 결국 사람을 위한 추천은 인간적인 면모를 잃어서는 안되겠죠…좋은 글 잘 읽고 갑니다. ^^
생각이 든지 얼마 안된(24시간이내) 것인데, 옛날 사블사면 끼워주던 DR.Sbaito라는 정신병 치료(?) 프로그램 같이, 대화 해주는 소프트 웨어를 연령, 성별, 성격 별로 골라서 해주다보면, 대화 하는 사람의 취향을 잘 골라 낼 수 있지 않을까요?
개인화가 받아들여지기 힘든 이유는 실체가 없기 때문이지요. 개인화에 대한 정의가 마치 웹2.0 만큼이나 보는 방향에 따라서 완전히 다른 뉘앙스를 주기 때문이겠지요. 게이상품을 단 한번 샀을 뿐인데, 계속해서 게이상품이 추천되는 것에 대한 짜증이라면, 그것이 개인화 ( 다른 말로 targeting ) 의 문제라기 보다는 '사용자모델링' 에 '현실' 이 제대로 반영이 되지 않았기 때문이지요. 올바른 피드백 루프가 마련되어 있다면 쉽게 넘어서야 하는 부분입니다. 오히려, cross-sell 같은 부분이 다분히 '감성' 이 개입되어 있기 때문에 가장 힘든 부분이기도 합니다. 집단의 평균을 제안하는 것이 언제나 좋아 보이지만, 지금처럼 사회가 탈중심적인 트렌드변화를 지속한다면, 이 역시도 곧 쓸모없게 될날이 올지도 모릅니다. :0
개인화에 대해서는 갑론을박이 존재합니다만, 이것이 나아가야 될 방향성이라는 것에 대해서는 확고하다고 생각합니다. 컴퓨터가 엄청난 데이터에서 '패턴을 인식하게 하기'라는 현재 CS 의 발전방향상에 있는 문제해결의 과정이라고 생각합니다. 언젠가는 이산적인 판단만을 하는 컴퓨터가 아날로그적인, 더 나아가서 감성적인 판단을 하게 되는 '미친' 시기가 반드시 올것이라고믿습니다. 그것도 근 10~20년 안에 말이지요.
trackback from: 주간 블로고스피어 리포트 42호 – 2007년 10월 3주
CK님의 블로그를 구독하던 중 다음과 같은 글귀가 가슴에 와닿더군요. "당신이 하는 행동 다 적어보고, 그것이 회사에 얼마만큼의 수익을 가져다주는지 따져 보라" 주요 블로깅 : "디지털 사냥꾼’ 日 최고 갑부로" : 지난 주말 조선일보에 기재되었던 손정의 소프트뱅크 사장의 인터뷰 기사 전문입니다. 인터뷰 말미에 "내 본적은 인터넷"이란 말이 인상 깊네요. “전세계 인터넷 문화 아시아로 무게중심 이동중” : 인터넷의 아버지라 불리는 빈튼 서프(Vint..
@전설의에로팬더 – 2007/10/17 10:07
별말씀을요. 저야말로 팬더님의 블로그에서 많은 걸 배우고 있습니다.. 앞으로도 좋은글 부탁드림다..
저의 생각을 깔끔하게 정리해주신 것같은 놀라운 글이네요 ^^. 부분의 생각들을 정리하지 못했는데, 덕분에 깔끔하게 정리되었습니다. 감사합니다 CK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