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의 분절화는 곧 컨텐츠가 알갱이, 곧 “granule” 로 돌아다닌다는 것을 의미한다. Granule 이라는 단어는 “granular coffee” 를 연상케 한다. 유리병에 들어있는 “맥심 커피” 를 들여다 보면 커피가 수많은 알갱이들로 이루어져 있는 걸 볼 수 있다. 이걸 “granular coffee” 라고 하는 모양이다. 컨텐츠들도 그런 커피 알갱이들처럼 쪼개져서 돌아다니고 있는 것이다.
“홈페이지” 가 큰 커피병에 통째로 커피 덩어리를 담아서 팔던 거였다면, 개별 포스트별 URL 을 중시하는 블로그는 하나하나 포장된 “커피믹스”들을 파는 거였다고 할 수 있다. 이제 Twitter나 Me2day 에서는 그걸 또 쪼개어 글 하나하나, 즉 커피 알갱이 하나하나에 포커싱을 하고 있다. (물론 블로그 업체의 공동대표를 맡고있는 입장에서 해야 할 말… 커피믹스를 사는 사람이 없어지진 않을 것이다.^^)
불과 몇년만에 음악 비즈니스에서 CD 는 공짜 T셔츠처럼 마케팅 수단에 불과하게 되었으며, 이는 결국 디지털화된 컨텐츠가 분절화되고 돌아다니는 현상을 여실히 보여주는 예다. 그런데 이런 트렌드에 대해서는 모두들 알고 있지만, 이러한 현상이 가져올 수 있는 진짜 힘, 즉 모든 소비자를 전달자 내지는 판매자로 만들 수 있는 힘에 대해서는 아직까지 정말로 잘 구현된 예가 많지 않은 것 같다. 그것이 지식이든, 컨텐츠이든, 아니면 심지어 물건이든, 판매자와 전달자는 기존의 소수가 아닌 “우리 모두” 가 될 것이다. 타임지가 말했던 “You” 의 경우도, 단순히 생산자로써의 you 를 넘어서 전달자와 판매자로써의 “You” 까지 포괄할 때 더욱 폭발력이 생기지 않을까 본다. 모두를 전달자, 판매자로 만들자는 판도라의 상자를 조금이라도 열었던 “암*이 (Am*ay)” 같은 업체가 얼마나 성공했는지를 보자.
웹 기획자들은 아직도 전통적인 방법대로 사이트맵과 UI 에 중점을 두려는 경향이 있고, 그 부분 역시 매우매우 중요하지만, 정말로 중요한 것은 그릇이 아니라 내용물이고, 그러한 “내용물 알갱이” 를 만들고 전달하고 파는 과정을 지원해 주는게 서비스 기획의 핵심이다. 서비스를 채우는 핵심이 “데이터” 내지는 “컨텐츠” 이고, 그 데이터가 “알갱이 단”으로 자꾸만 내려온다면, 서비스 기획자의 생각의 높이도 “알갱이 단으로” 내려와야 한다. 세상이 변해가는데, 어떻게 하면 커피병을 잘 만들것인가에만 신경쓰고 있으면 안 되지 않겠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