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척이나 들이대는 질문이지만… 우리나라 경제에 10년 뒤 미래가 있을까?
우리나라가 현재 그나마 경제규모 기준으로 세계 십 몇위에 드는 건, 아마도 휴대폰, 반도체, 자동차, 조선, 철강 등의 기간산업들이 나라를 먹여살려 주고 있기 때문이 아닐까. 그런데 이러한 산업에서 우리가 중국에 비해서 기술 우위를 갖고 있는 것이 대체 몇년이나 남아 있을까?
시장도 월등히 큰데다가 인건비도 아직은 우리보다 싼 중국이, 기술 우위마저 갖게 된다면? 한국의 경제 미래는 상당히 암울할 수밖에 없다. 북극이 다 녹아 없어져 갈때까지 “환경문제는 없다” 라고 말하는 것처럼이나 어리석은 것은, 몇년 내에 한국 경제의 존폐 자체가 어려울 지도 모르는 상황에 당장 성과급이나 달라고 파업을 하는 일일 테다.
정부는 몇년전부터 동북아 허브를 구상해 왔다고 하는데, 이것도 가만 생각해 볼 일이다. 허브라 함은 도대체 무엇의 허브인가? 중국과 일본 사이의 허브? 동경과 상해가 중간에 허브를 하나 두어야만 할 정도로 그렇게 먼 거리였나? 일본에서 떠난 화물선이 인천항에서 한타임 쉬어주고 상해로 들어가야만 하나? 싱가폴이나 홍콩에서 베이징을 오가려면 중간에 인천이라는 허브에 꼭 들러야 하나? 송도 신도시가 자칫 잘못하면 분당같은 베드타운에 그칠 지도 모른다는 이야기가 벌써부터 나오고 있다. 인천 사람으로써 상당히 우려스럽다.
동북아 허브에는 자유무역지대를 구축한다고 하는데, 자유무역지대를 구축한다는 것 자체가 역설적으로 우리나라 경제는 해외업체에 그다지 자유롭지 못하다는 것을 말하는 게 아닌가? 스위스나 미국에 “자유무역지대” 라는 데가 있다는 말은 못 들어본 것 같다. (아마 “자유마약지대” 는 있을 지도 모른다.-_-;;;)
회사도 마찬가지지만 국가도 작은 국가는 빨라야 하고 자기가 잘하는 것만 해야 하지 않을까? 핀란드가 노키아의 무선통신으로 전 세계를 다스리고 있는 것처럼, 우리나라가 전 세계에서 가장 잘 할 수 있는, 그래서 전 세계를 다스릴 수 있는 몇 가지 영역이 무엇일까? 막연한 허브 이야기를 할 게 아니라, “우리나라의 노키아”가 뭔지를 계속 고민해 봐야 할 것이다.
이런 노력은 우선적으로 개별 기업이 해야 한다. 다른 회사가 아니라 바로 우리 회사가 세계에서 가장 잘 할 수 있는게 무엇인가? 이런 질문을 해본 적이 없거나, 이 질문에 대한 답이 신통치 않다면 깊이 생각해 봐야 한다. 왜냐하면, 이 질문에 대답할 수 없다면 당신의 회사는 그다지 많은 패를 쥐고 있지 못한 것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당신의 회사가 잘 안된다면 별로 문제는 없다 (그것 자체가 큰 문제겠지만). 만일 당신의 회사가 잘 된다면, 만일 하드웨어 회사라면 삼성전자와, 소프트웨어 회사라면 네이버와 힘겨운 전쟁을 피할 수 없을 것이다. 그리고 그 전쟁에서 패할 가능성은 매우 높다.
우리나라는 다행히 기술수용 주기가 매우 빠르다. 어쩌면 우리나라의 경쟁력은 사람들이 “고 에너지 상태”에서 살아가고 있다는 것 자체일 지도 모른다. 스웨덴이나 뉴질랜드 사람들이 한 30도의 수온에서 살고 있다면, 우리는 끓어넘치기 직전에 냄비 뚜껑이 들썩거리는 한 95도 언저리에서 살고 있다고나 할까? (2002년 월드컵을 기억해 보라.) 이런 사람들에게 재미있는것 던져주면 입소문 금방 난다. 연예인 X 파일은 유출된지 24시간 내에 네티즌의 80% 가 봤거나 들었다는 얘기가 있다.
그럼 해답은 간단하다. 국내에서 재미있는 일을 꾸며라. 그리고 네티즌들에게 던져 주어라. 그렇게 함으로써 벤처캐피털리스트들이 그토록 보고싶어하는 하키스틱의 초입부나 “J-커브” 를 그려내라. 그 다음, 그걸 바탕으로 해외로 진출하라. 물론 싸이월드처럼 너무 한국 정서에 국한된 제품이라면 어려움을 겪을 수도 있다. 따라서 한국 유저에게 어필하는 서비스를 만들더라도 국제화 가능성은 머리 한켠에 염두에 두고는 있어야 한다.
글로벌화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 것은, 바로 “글로벌화 하는 것” 이다. 우리 회사, 그리고 여러분의 회사가 이렇게 생각하고 실행한다면, 10년뒤 한국 경제는? 있다.
@shinss – 2007/01/22 15:06
한글로 작성한 뒤 영문으로 번역할 때는 또한 리소스 번역이 매우 힘들기도 하더라구요. 이를테면 어순같은 것도 달라서, 단순히 명령어를 영어로 바꾼다고 되는 게 아닌 것들도 많고… 암튼 정말 맞는 말씀입니다.
단편적으로 생각했을때, 서비스 컨셉이라든가 S/W 컨셉 쪽에만 너무 주의를 기울이는게 아닌가 싶습니다.
개발측면에서 볼때 S/W나 웹서비스라면 글로벌화를 위해서 필히 영문서비스를 동시에 준비해야 하지 않을까합니다. 대부분의 경우 한글로 먼저 작성한 후에 서비스가 뜨면(?) 영문버전 준비등을 하는데 이는 개발쪽에만 한정된 것이 아닌 마케팅, 서비스쪽에서 상당한 시간을 낭비하는게 아닌가 싶네요..
테터도 한글과 영문이 초기부터 동시에 개발되었다면(현재처럼 영문, 중국어 언어팩이 아닌, 영문이 기본에 한글, 중국어, 일본어 언어팩 형태)어땠을까 싶네요..
이런식으로 작성한 후에, 한국에 중점은 맞춘 마케팅 전략을 구사하면서 다른 언어권은 바이럴 마케팅등을 동시에 진행할 수있을 것같습니다.
MS만 보더라도 예전에는 언어권별로 S/W 개발에 시간이 오래걸렸지만(윈도 95는 1년 정도 차이) 지금은 거의 시차없이 동시 발매가 가능하니깐요.
S/W나 웹서비스 쪽이라면 꼭 이런 부분을 검토해볼 필요가 있을 것같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