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의 어떤 언론에서 그랬다나? “대한민국에는 도대체 삼성밖에 없냐?” 라고. 현재 내가 몸담고 있지 않은 회사이므로 삼성을 옹호해야 할 하등의 이유도 없고, 그러고 싶은 마음도 그닥 크진 않지만, 싫든 좋든 삼성이 국내뿐 아니라 세계적 레벨에서 대단한 회사라는 건 인정할 수밖에 없을 듯하다.
대한민국에 삼성밖에 없냐는 소리가 나올 법도 하다. 올해 3분기 코스닥 상장사 전체가 거둔 순익이 8천억원 정도였던 반면, 삼성전자 1개 회사가 3분기에 거둔 순익은 그의 두 배가 넘는 1조 9천억원이었다. 워렌 버핏이 복잡한 분석 대신에 주위를 둘러봐야 주식투자를 잘 할 수 있다고 했다나? 주위를 한번 둘러보자. 백화점도 신세계가 잘 되고, 할인마트도 이마트와 홈플러스가 잘 한다. 병원도 삼성병원이 제일 좋고, 놀이공원도 에버랜드가 제일 좋으며, 호텔도 신라호텔이 제일 좋고, 사회복지도 삼성이 일등이다. 이러다 보니 대한민국은 삼성 판이다. 삼성 래미안 아파트에 살면서 SM5 타고 삼성 계열사 다니다가 삼성병원에서 죽는 사람들도 꽤 많을 거다.
삼성이 잘되는 이유는 단순히 1950년대 어수선한 시기에 일찍 기득권을 잡았기 때문만은 아닐 것이다. 그때 기득권을 잡은 업체들 중 지금 남아있지 않은 데들도 많으니까. 그럼 기업 DNA 에 뭔가 좋은 유전자 배열이 들어 있단 얘기다. 그 “좋은 유전자 배열”은 도대체 뭘까?
삼성에 있어본 사람으로써 제일 먼저 말할 수 있는건, 삼성은 령(令)이 칼날같이 서있는 회사라는 점이다. 쉽게 말해서 위에서 뭐라고 말을 하면, 밑에서 알아서 목숨걸고 그걸 해낸다는 거다. 어딜 가나 빠릿빠릿한 분위기고, 정신 바짝 차리고 일하게 된다. 그게 경쟁력이다. 방향성이 좋든 나쁘든 Execution 하나는 끝내주게 해낸다. 이를테면 사장님이 “야 이거 내일까지 만들어” 이러면, 예쁘게 말하면 찰리의 초콜렛 공장에 나오는 부지런한 난장이들처럼, 우울하게 말하면 영화 쉰들러 리스트에서 머리에 총 겨누어진 상태에서 경첩을 무지하게 빨리 조립해 내는 유태인 노동자처럼, 정말 신기하게도 삼성 사람들은 불가능해 보이는 일들을 다 해낸다. 물론 무지하게 피곤하고, 비인간적인 구석이 없지 않다.
그럼 Execution 만 잘하냐, 그렇지 않다. 시장조사와 전략기획에 무지하게 신경을 쓴다. 오죽하면 이런 일화가 있을 정도다. 정주영 회장께서 살아계실 때 현대그룹 사원들이 열심히 전략기획을 하고 있는 걸 보고는 “야 니들이 무슨 기획 한다고 그래? 삼성에서 하면 그거 배껴” 라고 호통을 치셨다고 한다. (No offense to 현대그룹^^)
나름 스마트한 기획을 하고, Execution 을 무지하게 잘 해대니 회사가 잘될 수밖에 없지 않겠나. 그런데 이 모든건 인재를 싹쓸이 하듯 데려갈 수 있기에 가능할 것이다. 그리고 한번 들어온 인재들은 (신기하게도) 왠만해선 나가질 않는다. 대한민국의 뛰어난 회사 풀이 적기 때문일 것이다. 일본만 해도 글로벌 컴퍼니가 20개 이상 되다 보니 “여기 때려치고 딴데 간다”는 말을 할 수 있지만, 우리나라에서는 “삼성 확 때려치고…” 그 다음 말이 잘 이어지지 않을 때가 많다. 물론 대한민국에 좋은 회사는 많다. 태터앤 컴퍼니처럼^^ 그러나 한번도 삼성의 울타리를 벗어나 본 적이 없는 사람들은 삼성 나가는걸 마치 주라기 공원 영화에서 안전 가옥을 벗어나 공룡들이 우글대는 숲으로 나가는 것 쯤으로 이해한다.
그럼 이제 100만불짜리 질문은, 대한민국에서 회사가 잘 될라면 삼성처럼 해야 하나? 라는 것이다. 내 나름의 결론은 “맞다, 삼성처럼 해야 한다, 그러나 재미는 있어야 한다” 라는 것이다. 삼성처럼 빠르고 파워풀하게 execution 해나가야 한다. 그러나 삼성은 재미가 없고, 비인간적이고, 힘들다. 즐겁게 웃어가면서 일하는 것과 삼성처럼 일하는 것, 과연 병행 가능한 것일까, 아니면 자석의 N극과 S극처럼이나 서로 영원히 만날 수 없는 패러독스일까?
즐겁게 웃으면서 삼성처럼 일하기는 참 쉽지 않겠지요. 무조건 지켜야 하는 일정때문에 곤혹스럽게 많은 사람들을 괴롭히는 입장에서 그리고 함께 힘들어 하는 입장임을 말하지 못하니 즐거울 수 있겠습니까. 우리회사 이야기가 나와서 몇자 달아 봅니다…
재밌는 글이네요..
인식…
무섭죠… 아직.. 한국인들에게 그것을 말하고 일깨우기엔.. 멀었다고 봅니다.
삼성이니.. 한나라당이니.. 서울대니.. 이런 거국 코드를 당해낼 재간은 없는 듯..
갠적으로도 삼성은 별루 안좋아하는데.. 이런 의사 피력엔 꼭 이런 말이 따라오죠.
니가 삼성에 안가봐서 그런다… 니가 삼성 갈 실력이 안되어서 그런거 아니냐.. 등등..
좀 우습죠… 그걸 증명해내기 위해서라도 더욱 죽어라 공부하고 일해야겠죠.
시간이 지나면 알아주지면.. 그건.. 개개인에 대해 알아주는거지. 거대한 삼성의 벽을 넘을
순 없다고 봐집니다.
삼성이 존중 받고 존경 받을 일은 그래야겠지만…
비판 받고… 삼성이란 존재로 한국이 대변되는 이 상황을 부끄러워할 수 있어야는데..
아직.. 그렇지 못하다는게 안타깝네요..
삼성은 하나의 기업일 뿐… 그 정도로 우리 사회가 성숙되고 전반적 발전이 동반된다면..
우린… 그 때 쯤.. 선진국이 되어 있지 않을까 싶네요.
아직은….. 멀었다고 봅니다. 많이 뛰어야겠죠.
김사장님…. 정글에 먼저 나가니 어떠시오?
머 챙겨서 갈거 없수?….. 낫이나..삽…도끼..성냥….머 거시기….
대박나시오~~!!!!!
CK님의 삼성 시절은 좀 고통스러우셨나 봅니다. 그런 모습때문인지 T&C에서의 모습은 밝게 보이시는군요. 대기업 대리라는 자리는 특히 육체적으로 힘든 자리입니다. 평범한 대부분의 사람들은 받아들이면서 지내고 있지만 CK님은 리더의 자질이 충만하신 분이라 대기업 시스템이 맞지 않았던것 같네요. T&C에서는 잠재된 역량을 충분히 발휘하셔서 세계적인 기업가로 발전하시기를..
@브라이언 – 2006/12/26 21:12
격려 감사합니다..!
@?Box – 2006/12/23 09:22
아.. 말씀하신 내용들 맞고 공감 합니다. 저 역시 산싱을 매도하는 건 아니구요… 🙂 국내 유일의 글로벌 회사로써 정말 존경하는 회사중 하나입니다.
너무 많은 부분에 공감이 가네요.
제 주변에도 이런 생각에 공감하는 분들 너무나 많이 있답니다.
결과만 놓고 보자면 삼성이 초일류 기업, 혁신적인 기업이라는건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겠죠…
하지만 그 과정에는 또 다른 측면의 일들(?)이 존재하는 것이 지금의 현실입니다.
지금껏 느낀 점은 이미 고착화된 현재의 조직은 삼성처럼과 재미있게를 함께 두기가 쉽지 않다는 생각이 들어요.
오히려 그런 재미를 주다간 현재와 같은 일사분란함을 깨뜨릴 수 밖에 없게 되겠죠.
삼성에 노조가 없는 것 또한 이런 분위기의 자연스러운 결과라고 할 수 있겠구요.
아무쪼록 T&C는 과정에 즐거움 가득하면서도 삼성 같은 최고의 결과를 만들어낼 수 있는 곳이 되었으면 합니다.
화이팅 입니다~~
하하..이거 사자 성어로 대.략.난.감.
누구나 현재 자신의 테두리가 공격 당하면 방어적인 모습을 가지게 되는 것이 정상이라
그래도 그것이 정당한 것이라면 응당 수용할 수도 있어야 겠죠…
하.지.만…
삼성이라는 회사에 과연 그런 단면만이 진실일까요!
많은 사람들이 갈 곳이 없어서 삼성을 다니고 있다는 말엔 수긍하기가 어려운 ^^.
삼성의 시스템과 아래위 너무나 같이 일하고 싶은 선후배가 많은 저로서는
살짝 좋은 모습보다 나쁜 모습에만 치우친 선입견에 아쉬운 마음입니다
번지 점프를 하고, 경비행기를 타고
엊그제 가족들을 초대해 같이
홍대 앞에서 '비보이를 사랑한 발레리나' 공연을 보러 다니는
따뜻하고 좋은 모습도 많이 가지고 있는데 말이죠 ㅋㅋ
어쩌다 Samsung 를 옹호하는 글이 되어 버렸네요 … 지송
웰컴 투 정글 CK님.. 큭!
@서광열 – 2006/12/20 22:45
지방근무.. 그거 무시 못하죠. 구미를 폄하하는 건 아니지만 서울사람 구미 보내면 참 난감해들 하드라구요… 그나마 수원은 좀 낫구요.
여전히 삼성에 많이 지원을 하지만, 제 주변에서 삼성을 바라보는 느낌은 대체로 부적정입니다. 일 많이 하고 개인 시간이 없고 지방에서 근무해야하고 (공대계열이므로) 취업 시에 일단은 써보고 가장 마지막으로 고려하는 회사라는 이미지가 강하죠. 삼성이 비록 잘 나가지만 내가 거기 다니기에는 꺼려지는 곳이랄까요?
좋은 글 감사합니다.
취업준비생으로서 많은 것을 생각하게 하는 글이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