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인적으로 올해 발견한 서비스중 가장 감동적이었던 서비스중 하나는 (노범준 대표의 소개로 알게 된) Mill.com이라는 회사였다. 기본적으로 스마트 음식 쓰레기통인데, 음식물을 하루만에 분해해주고, bin이 분해물로 가득 차면 수거해가는 서비스도 제공하고 있다. 한달에 $45를 내는 (bin이 포함된 가격) 월정액 서비스이다. Nest의 cofounder인 Matt Rogers가 만든 회사이다.
기술 자체는 얼마나 뛰어난지 모르겠지만, 홈페이지에 한번만 들어가 보면 곧바로 convince가 된다 (적어도 나는 그랬다.) 지구 환경보호에 호소하는 문구들, 잘 만든 소개 비디오, 마치 Apple 제품이나 Nest 제품을 사는듯한 쉬운 사용자 경험, 하드웨어뿐 아니라 앱과 서비스가 포함되어 있는 “as a service” 개념 등등, 모든것이 어우러져서 뛰어난 사용자 경험을 만들어내고 있다. Nest가 thermostat 이라는 지루한 시장을 스마트디바이스로 바꾸어 놓았듯, Mill 역시 음식물 쓰레기통이라는 지루한 시장을 스마트 디바이스 + 서비스로 바꾸려는 것이다.
그런데 Mill이 음식물쓰레기 처리기를 처음 만든 회사는 당연히 아닐것이다. 한국에서도 관련된 중소기업 제품들을 많이 본것 같다. 그러나 중요한건 기술이나 제품 그 자체가 아니라, 그것을 어떻게 패키징하고 마케팅 하느냐, 그리고 얼마나 사용자 친화적인 end to end 서비스를 만들어 낼수 있느냐, 이런 능력일 것이다. 그리고 이러한 가치들을 잠재 사용자들에게 어떻게 전달하는지, 즉 “스토리텔링 역량”이 핵심 차별화 요소일 것이다.
이 지점이 글로벌 시장에 진출하려는 한국회사들이 더 잘해야 할 부분인것 같다. 많은 한국회사들이 열심히 기술 개발하는데 바쁜 나머지, 이 기술이 사용자들에게 어떤 의미를 가지는지, 그들의 삶을 어떻게 바꾸는지에 대한 “스토리텔링”은 잘 못하는 경우가 많다.
그런데 한국사람들이 스토리텔링을 못하는가? 그건 당연히 아니다. Kdrama와 Kpop을 만들어낸 한국인들은 세계 최고의 스토리텔링 능력을 갖춘 민족이다. 한국사람들이 스토리텔링에 약하다는건 말이 안된다. 그럼 어떤게 문제인가? 교육, 특히 엘리트 교육의 문제점은 아닐까 라는 생각이 든다.
Mill.com이 올해 가장 감동적인 발견중 하나였다면, 올해 봤던 영상중 가장 갑갑했던 영상중 하나는 (한기용님도 얼마전 언급한) 이 영상이었다. A를 받기 위해서 서울대 학생들은 교수님의 강의를 통채로 달달 외우는 반면, 미국 대학에서는 교수 강의는 포인트만 정리하고, 자기만의 프레임워크로 정리를 하는 학생들이 A를 받는다는 내용이다. 몇년전 영상이라고는 하지만, 최근이라고 상황이 아주 다를것 같진 않다.
우리는 엘리트들이 기존 시스템에 대해 질문을 던지고 혁신을 만들어주기를 바란다. 이미 정해진 정답을 누가 더 착실히 외우느냐에 따라서 엘리트 순위가 정해진다면, 그런 사회는 너무나 답답하고 발전이 없을것 같다.
그런데 가장 혁신적이어야 하는 스타트업 분야에도, 이렇게 한국의 엘리트 교육을 받은 분들이 많이 들어오고 있다. 많은 기사에 따르면 우리나라 스타트업 대표들은 대부분 명문대 출신이라고 한다. 그래서인지, 가끔 한국 스타트업 대표님들과 이야기할때 “정답을 원하는 경향”을 발견할 때가 있다. 세상에 정답은 없고, 스타트업에는 더더욱 정답이란 존재하지 않는데도 불구하고 말이다.
그렇다고 한국의 교육 시스템을 갑자기 바꿀순 없을것이다. 그럼 필요한것은? 재교육과 unlearning이다. 스타트업으로 들어오신 대표님들은 하루빨리 본인에게 익숙한 “답안지 외우기” 마인드를 벗어야 한다. 지금까지 많은걸 배웠다면, 배운것들 중의 일부를 잊어버리는 unlearning도 필요하다.
정리하면..
- 스타트업에 정답은 없다
- 기술 자체가 아닌, 기술이 사용자의 삶을 어떻게 바꿀수 있는지 주목해야 한다
- 스토리텔링이 중요하다. 음식물 쓰레기 처리기가 아니라 Mill을 만들수 있어야 한다. “지능형 프로그래밍 도우미”가 아닌 “copilot”을 만들수 있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