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잊을수 없는 2006년 12월

나는 2006년 12월을 평생 잊을 수가 없을 것 같다. 병원에 난생 처음 입원해서, 원인을 모르는 채 간수치가 그야말로 위험수치까지 쭉쭉 올라가는 걸 지켜보는 불안을 느끼기도 했지만, 그건 정작 가장 힘든 일은 아니었다.

나쁜 일은 겹쳐서 오는 것인지, 병원에 입원해 있는 동안 할머니 상을 당했다. 요새는 핵가족화가 진행되면서 할머니 할아버지 상에 대해서는 예전만큼 민감하지 않은 경우도 주변에서 본 적이 있지만, 나의 경우 할머니께서 평생을 우리 집에서 같이 사셨기 때문에 할머니 상은 정말로 부모 상만큼이나 힘든 시간이었다.

할머니 상을 치르는 전후에, TV 에서는 두 명의 죽음에 대한 뉴스가 연신 나오고 있었다. 공교롭게도 전 세계 미디어에 오르내렸던 두 죽음의 주인공은 모두 한국인이었다. 한 명은 아시안 게임에서 승마 사고로 숨진 김형칠 선수였고, 두번째는 조난당한 가족을 구하러 밖으로 나갔다가 숨진 제임스 킴이었다.

죽음의 뉴스를 병원 안에서 보는 것은, 병원 밖에서 볼 때와는 약간 다른 분위기로 다가온다. 병원에는 죽음의 그림자가 드리워진 곳이 간혹 있기 때문이다. 퇴원하는 날 아침에만 해도 옆 병실에 계셨던 분이 돌아가셨다. 유족들은 울음 바다가 되었건만, 간호사는 이러한 풍경이 낯익은 일상인 모양이었는지 “유족분들 여기 사망진단서요” 라며, 친절까지도 약간 깃들어 있을 정도로 대수롭지 않게 이야기를 한다. 시신이 나가고 병실에 청소 아줌마가 다녀간 뒤, 한 30분도 안 되어 그 병실에는 또 한명의 중환자가 들어왔다. 이쯤 되면 무슨 “공장” 분위기다.

할머니의 돌아가심, 두 명의 한국인의 죽음, 그리고 병원에서의 일상적인 죽음을 바라보며 이런 생각을 다시금 했다. 아, 사람은 모두다 죽는구나. 아둥바둥 한 톨이라도 더 살려고 하는게 중요한게 아니라, 잠깐 살아있을 동안에 목숨 걸 사명을 하나 발견하고 열심히 치열하게 거기 매달려서, 그리고 사랑하는 사람 껴안으며, 살 생각을 해야 하겠구나..

아무튼 병원에서 느꼈던 것은 너무도 많다. 좀 오바해서 말한다면, 지금은 인생을 좀더 달리 보고 있을 정도다. 그러나 대부분의 깨달음들은 블로그로 공유할 만한 성격의 것이 아닌 듯하다. 블로그 회사 공동 대표건만, 아직도 블로그와 일기는 구분해서 쓰고 있다. 일기 쓰는 시간을 좀 가지려 한다.

PS. 죽음 이야기로 점철된, 너무 우울한 포스팅이었나? 에브리원, 메리 크리스마스 !!! ^^

22 replies on “잊을수 없는 2006년 12월”

ㅡㅜ 그 동안 고생이 많으셨습니다

역시 사람은 소중한 것을 잃어버렸을때 가장 절실하게 느끼나 봅니다

요새 일 때문에 운동할 시간을 잃었더니…

새 친구 날개살이 생기려고 합니다 ㅋㅋ

다시 운동에 박차를 가해야지.

즐거운 성탄절 보내시고.. 밝은 새해 맞으세요

@꼬날 – 2006/12/20 20:22
애고. 제가 꼬날님 앞에서 병원에서 삶의 교훈을 배웠다 이러면 그야말로 번데기앞에서 주름잡는 거죠. 응원 감사해요…

얼마 전에 아는 기자한테 간만에 전화했더니 '아~니 꼬날이는 안부 전화 잘 안하잖아 왠일이야?' 하더라구요. 그래서 '한 번 거하게 아프고 나니 안부 전화도 하고 싶어지더라' 하면서 웃었지요. 저 역시 올해 cancer 환자로 지내면서 한 줄로 표현하기 어려운 많은 생각을 했습니다. 아픈 건 아픈거고 아뭏든 나 자신의 마음이 행복해야 한다는게 포인트라는 생각이.. 얼른 건강 추스리세요 CK님

이런. 연말이라 정신없이 지내느라 이제서야 소식을 접했습니다.

얼른 쾌차하셔서 호방한 모습 보여 주셔야죠^^

언젠간 내 일이 될 죽음을 염두에 두고 산다는 것..사실 쉽지 않지만 꼭 해야 하는 일 일겁니다.

안녕하세요? 12월 5일날 세미나 참석했다가 좋은 얘기 많이 듣고 온 사람입니다. 그날 몸이 많이 아프시다더니 결국 입원하셨군요. 세미나 전에 신청했던 베타테스터 당첨이 되어서 이제사 막 써보는 중이랍니다. 우연히 메인에서 보고 들어왔는데 대표님 블로그인가 보네요.

얼른 건강회복하시고, 밝은 얼굴로 크리스마스 맞이하시길 바래요.

퇴원 축하 드립니다^^

저두 폐암 환자 병동에서 한 일주일 밤낮을 지낸적이 있는데 무슨 말씀하시는지 짐작이 가네요.

그런데 깨달음은 왜 병원 문밖에 나가자 마자 사라지는지 ^^

뜻깊고 즐거운 연말연시 보내세요.

퇴원 축하드립니다. 저도 4월에 병원에서 나와서 비슷한 생각을 많이 했던 것 같아요. 바둥바둥 대며 살 필요가 과연 있을까 이런.

이번 기회가 정말 멋진 성장의 밑거름이 되길 바라고요, 몸 정말정말로 잘 챙기세요. 이제 나이가… 흐흐.

환영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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